소득은 그대로인데…가계 빚 900조원 시대의 '딜레마'

뉴스1 제공 2012.02.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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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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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이 연 7.8%의 빠른 증가율을 보이며, 작년 말 900조원을 훌쩍 넘었다.

2010년(8.6%) 보다 증가세가 꺾이긴 했으나 국민 한 사람이 1830여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된 셈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지난해 가계대출 858조1000억원, 판매신용 54조8000억원으로 총 가계부채가 9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제 2금융권 쏠림현상

특히 당국의 대출 규제가 은행 위주로 이뤄져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이 쏠린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6%였으나,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3.6%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자칫 가계 빚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가계 빚은 부실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전이되고, `도미노 현상'처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한다.


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경기침체로 소득은 늘지 않아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5%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58%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과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라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부동산 자산 많아 부채 많은 건 당연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의 경우 부채를 가질 필요가 없는 금융자산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가계 빚을 많이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 세계적으로 빚을 줄여가는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면 장기적으로 금리정상화가 필요하지만 현 경기상황으로 봤을 때 금리를 내려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 가계 빚은 제2금융권으로 쏠리고 있다"며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가계 소득은 제자리라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계 부실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가계 빚이 늘어나는 만큼 가계의 상환능력도 높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조하현 교수는 "정부가 은행 문턱만 높일 게 아니라 적극적 일자리 창출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가계도 무분별한 소비 풍조에서 벗어나 저축과 합리적 소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근태 연구위원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 창출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단기적 대책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가계부채 규모만으로 위험한 수준이라 단정하긴 어렵고 경기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현 세계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어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선 정부가 복지와 고용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연착륙 정책 이후 이른바 `풍선효과'로 대출이 급증한 제2금융권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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