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평에 1억2000만원… '반값전세' 어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2.03.0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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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14억 강남아파트가 7억대…경매시장 반값 낙찰 바람

경매 시장에서 '반값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벌어지는 현상이다. 반값 아파트로 화제가 된 곳은 인천시 경제자유구역 아파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28일 감정가 6억원의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 어울림2차 아파트 148㎡형이 2억95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투기 광풍이 불었던 송도 역시 부동산 한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송도 풍림아이원 114㎡형은 감정가 6억8000만원의 52%인 3억509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시장에서 반값 낙찰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 물량은 역시 영종 어울림 아파트다. 8건의 물량이 1~2월에 걸쳐 46~52% 수준에서 낙찰됐다. 이 중에는 14명의 응찰자가 몰린 매물도 있었다.

이 밖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마을 꿈에그린 아파트 두 채가 감정가의 46, 52%에 낙찰됐으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민속마을 신창미션힐 아파트 두 채가 각각 56, 58%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파주시 교하신도시 일대에서 반값 낙찰이 이어졌다. 특히 파주시 교하읍 교하2차월드메르디앙에 20명이 몰려 54%의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권에서도 반값 아파트 출현

2월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감정가 14억원의 서초구 서초동 서초트라팰리스(전용 133㎡)가 낙찰가의 52.2%인 7억3010만원에 낙찰됐다. 서초트라팰리스는 2005년 12월 준공된 3개동 257가구로 이뤄진 주상복합 아파트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2억 원에서 13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의 다른 아파트가 9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번에 낙찰된 서초트라팰리스는 4억9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이 신고돼 있으나 임차인이 낙찰대금에서 최우선 배당을 받기 때문에 낙찰자의 추가부담이 없는 매물이다. 또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배당받기 위해서는 낙찰자로부터 집을 비웠다는 명도확인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매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명도부담도 완전히 없는 인기 물건이었다.

고가의 아파트가 낮은 가격에 낙찰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거나 유치권 또는 대지권 미등기에 따른 추가 인수금액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외곽지역뿐만 아니라 강남3구에서도 반값 낙찰 사례가 나타나자 후속 사례가 나타날지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초트라팰리스 아파트가 반값에 낙찰된 14일에는 같은 지역 유명 주상복합인 아크로비스타(전용면적 205.07㎡) 아파트가 감정가 27억 원의 64.8%인 17억5000만 원에 낙찰됐고 지난 1월에는 송파구의 주상복합아파트인 롯데캐슬골드(전용면적 166.7㎡)가 감정가 19억 원의 57.9%인 11억50만 원에 낙찰됐다. 두 아파트 모두 낙찰자의 추가 부담이 없는 경매물건이었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초와 송파의 반값 낙찰사례는 대형 면적에 주상복합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강남 3구에는 이 외에도 2회 또는 3회 유찰된 우량 물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의 결과를 보면 가격 하락의 지속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숨어 있는 신혼부부용 반값 전세

서울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A부부는 최근 동탄신도시에서 소위 반값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33평형 전세 아파트 계약금액은 1억2000만원. 같은 면적의 연한까지 비슷한 동탄 신도시 내 아파트 전세가격이 2억~2억4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격에 구한 셈이다.

가격이 낮은 이유는 병점이 가깝고 저층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직접 이용할 수 없는 점도 집값이 낮은 이유다. 동탄 신도시 내의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부부 모두 광역버스를 통해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어 교통이 편하고, 자가용으로 5분이면 동탄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화성시 반송동에 위치한 풍성한부동산 임조순 대표는 "교통 등 목적을 명확하게 결정하면 절반 가격에도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면서 "신도시가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운영하던 중개업소에 물어보면 주변 부동산 시세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관리비 반값 주택도 있다고 설명한다. 오피스텔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전하면 관리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것. 동탄의 오피스텔 24평형을 월세로 거주한 고객이 20평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최근 계약사례를 예로 들었다.

오피스텔의 월세 가격이 보증금 1000만원에 65만원이었는데, 국민주택기금대출을 통해 8000만원을 대출받아 20평 상가주택 전세 1억500만원으로 옮기면서 월 30만원의 이자비만 납부한다는 것. 개인신용이나 자격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대출은 연 4%(대출기간은 최장 6년), 국민주택 분양자금 대출은 연 5.2%(최장 20년)까지 이자가 적용된다.

많지 않지만 분양 가격도 반값에 근접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반값 아파트는 부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부산 용호5지구 아파트다. 아파트 9개동 773가구가 공급되는데 3.3㎡당 500만원대다. 우선분양대상자가 580만원, 일반 분양자는 620만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주변시세가 800만원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에 근접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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