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최근에는 스위스중앙은행이 구체적인 매입의사를 타진해왔다고 한다. 아직 시점과 규모 등을 협의하고 있으나 조만간 매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ECB의 막대한 유동성 투입에 힘입은 유로 캐리자금이 최근 국내 주가상승을 견인하는 반면 국채시장에서는 해외 중앙은행의 국채매수가 유럽권으로 확대되는 듯하다.
작금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보듯 재정을 건실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좀 더 미시적으로 보면 채권자의 국적도 문제가 된다. 국채만기 도래시 부도를 회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은 화폐발행이다. 화폐발행은 자국 통화를 절하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세금이고 후자는 내국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세저항에 있어 당연히 전자의 강도가 강하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데 반해 인플레이션은 실현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투자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리스에서 보듯 재정긴축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재정투입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실탄을 빼앗는 격이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국채의 95%를 내국인이 보유하다 보니 유럽보다 더 열악한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티고 있다.
역으로 2008년 상반기에는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채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역수수께끼가 발생했다. 이 역시 당시 서브프라임 위기를 미국의 국내문제로 인식한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결국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즉 정책금리 변경이 주타깃인 중장기채로 퍼지지 않아 통화정책의 효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콜시장과 채권시장이 단절되는 현상이 심해 결국 정책금리를 7일짜리 RP금리로 변경했다. 그러나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 국채시장이 통화정책 파급경로로서 역할이 미약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채보유 비중이 높아지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화예금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국채조절용 펀드 도입 등 대응책을 고민 중이지만 이는 환율에 대한 부작용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외국인의 국채보유 증가를 제어할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