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삼성 SK 한화의 '글루미 선데이'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2.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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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 속에 좋은 게 있고 좋은 것 속에 궂은 게 있다. 한 사람의 장점은 바로 그 사람의 단점이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서양의 정통음악 클래식과 재즈를 구분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즉흥연주다. 즉흥연주는 악보 없이 하는 순간 예술이다. 클래식에서는 창조행위의 주인공이 작곡자이며, 연주자는 악보에 충실하면 된다.



재즈는 다르다. 재즈는 창작의 권한을 작곡가만 갖는 게 아니다. 작곡가의 전유물이던 창작행위가 재즈에서는 연주자들에게도 허용됐다. 그 결과 재즈는 자유가 됐고, 혁명이 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창작행위가 연주자들에게도 허용되는 순간 재즈는 쇠락의 길로 달려갔다. 재즈가 어려워졌고, 대중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재즈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이었기에 클럽을 채울 정도의 관객 외에는 더 많은 팬을 확보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재즈는 이제 100년이라는 길지 않는 역사를 마무리하고 주류에서 밀려나는 '과거의 음악'이 돼 버렸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선전은 눈부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오너가 있는 삼성 현대차 SK LG 현대중공업 GS 롯데 한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그룹의 실적이 돋보인다.

한국 대표기업들의 선전은 무엇보다 오너경영에 따른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책임의식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 대표기업들의 강점은 곧 단점이고 취약점이다.


오너경영과 가족중심의 지배구조는 한국 대표기업의 아킬레스건이자 외부의 공격대상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 등이 모두 여기서 파생됐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리스크와 CEO 리스크도 같은 뿌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는 것은 가족경영 중심의 초라한 대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까지 주장한다.

검찰이 무려 9년을 구형해 충격을 준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나 결국 기소를 당한 최태원 SK회장, 그리고 최근 이맹희씨의 소송으로 불거진 삼성가의 유산분쟁도 이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국내 대표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문제에서 나름 자유로운 기업은 LG와 GS, 포스코 정도에 불과하다.

#클래식 음악의 바흐나 베토벤, 미술의 피카소에 버금가는 인물을 재즈역사에서 찾는다면 단연 마일즈 데이비스를 꼽는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쿨재즈와 모달재즈 그리고 퓨전재즈의 개막을 알린 사람이다. 그를 뺀 현대재즈는 상상할 수 없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흑인이었고, 당연히 많은 차별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음악엔 색깔이 없다고 선언한다. "음악은 인종과 관계없는 예술이다. 그 뮤지션이 뛰어나다면 그의 피부색이 녹색이라도 상관치 않겠다"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에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없다. "기업경영은 지배구조와 상관없다. 이익만 많이 내고, 글로벌 경쟁력만 갖는다면 가족경영이든 오너경영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세계적 경쟁력도 갖추고 고용도 늘리고 투자도 확대해야 하지만 순환출자는 안되고, 일감 몰아주기도 안된다. 더욱이 출자총액은 제한받아야 하고, 중소기업들한테 적합한 업종에 진출해서도 안된다.

한국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들은 오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를 합창할 수밖에 없다. 어둠만이 나의 벗이라고. 그래서 우울하다고. 그나마 모든 걸 끝내기로 마음먹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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