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초읽기, 제약업계 '적과의 동침(?)'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2.02.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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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사들 다국적 제약사와 제휴 봇물…중소형사는 해외 판로개척 활발

일괄약가 인하로 제약업계 시장 규모가 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이전에는 없던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대형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가 손잡는가 하면 중소 제약사들은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와 복제약(제네릭) 판매에 대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LG생명과학이 생산한 복제약에 대한 마케팅을 화이자가 맡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을 국내 제약사가 팔아준 사례는 많았지만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을 팔아주는 제휴는 없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제휴도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국내 대형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의 합종연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제휴를 부른 촉매제는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정부는 223개사 6586개 보험 의약품 가격을 오는 4월부터 평균 22.3% 인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간 13조원 규모의 전문의약품 시장은 11조원대까지 줄어든다. 이처럼 시장이 줄기 때문에 제약업계는 생존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종근당이 한국로슈와 업무 제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근당 (60,700원 ▲400 +0.66%)은 타미플루 등 한국로슈의 의약품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광동제약 (6,880원 ▲60 +0.88%)은 독일 엥겔하트의 진해거담제 국내 독점 판권을 따냈다. 대웅제약 (112,700원 ▲1,300 +1.17%)도 스페인 제약사인 알미랄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의 국내 판매 계약을 맺었다. 국내 제약사는 외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외국 제약사는 국내 제약사의 강력한 영업력을 통해 동네 병원에서까지 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며 제약사들의 해외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2000만 달러 규모의 백신과 면역 글로블린 수출계약을 따냈다. 녹십자는 지난해 8000만달러의 수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1억달러 수출을 자신한다.

대웅제약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제를 러시아와 이란에 수출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중동, 중국 등으로 수출지역을 늘릴 방침이다. 중소제약사도 수출에 적극적이다. 안국약품은 자체 개발한 진해거담제를 중국과 스페인, 동남아로 수출할 방침이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LG생명과학, SK케미칼 등도 개량 신약이나 자체 개발 신약을 해외시장에서 적극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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