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규제 분위기더니…'톤다운' 배경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2.02.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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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이미 공룡으로 성장…교과부·여가부로는 역부족"

교육과학기술부는 그 동안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 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인터넷·게임중독' 내용을 크게 다루지는 않았다. 게임중독은 가족, 가정의 문제이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6일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는 게임중독 내용이 7대 실천정책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다. '가정사'로 내버려두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파악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중·고 학생들이 저지른 상식을 벗어난, 엽기적인 사건의 이면에는 자주 '게임중독'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번 대책의 발단이 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에서도 게임 과몰입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청소년 10명 중 1명은 게임 과몰입 상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책마련은 쉽지 않았다. 'IT 강국' 깃발 아래 게임산업은 이미 굴뚝없는 공룡·효자산업으로 성장했고, 그 뒤에 게임산업 진흥정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버티고 있는 영향이 컸다. 여성가족부만이 외롭게 싸워 '셧다운제'라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그마저도 각계의 집중견제로 '상처뿐인 영광' 성격이 강했다.



거대 부처인 교과부가 가세해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호 장관이 직접 발벗고 나섰지만 '추진', '검토' 수준의 대책 외에 이번에 확정된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게임산업으로 이득을 보는 곳들이 너무 많더라"고 털어놨다.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포털, IT산업 전반, 문화부, 방통위, 언론 등등 게임규제 반대 진영의 진지가 너무 공고하더라는 것.

실제로 이 장관이 지난달 주재한 '게임중독 전문가 간담회'에 문화부 담당 국장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중순 게임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업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게임산업협회를 찾았다가 '막말' 수준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정도의 대책을 내놓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올초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교과부와 여가부의 의견에 더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게임중독 문제와 관련해 △쿨링 오프제 도입 추진 △게임물등급분류기준 강화 △여가부·교과부 분기별 게임물 합동조사 실시 △게임산업계의 민간자금 출연확대 및 의무화 검토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서는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교과부와 여가부의 경우 (정책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공감하고 있다"며 추가대책 마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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