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흥망성쇠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 ‘콘텐츠’

머니투데이 황해원·정민영 월간 외식경영 2012.02.0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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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맛있으면 손님은 알아서 방문하게 돼 있고, 입소문도 저절로 나게 돼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음식만 맛있으면 서비스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줄 서서라도 그 집을 찾았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소비자는 똑똑해졌으며,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정’에 기대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식은 ‘먹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고 있으며 이제는 맛은 기본, 분위기나 접객서비스, 인테리어 등 외적인 부분에까지 만족해야 재방문한다.



이제는 음식점에서도 메뉴 외에 스토리텔링, 인테리어, 광고 문구 등 매장의 전반적인 콘셉트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내 점포만의 개성과 색깔을 고객에게 어필하는 수단이고 강력한 무기다.

맛과 서비스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경쟁시스템에서 잘 짜인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을 읽고 일본 현지에 사누키우동 한 그릇 먹으러 가겠다는 사람도 있는 별난 시대다.



◇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배수진을 쳐라!
고객 니즈를 알아야 콘텐츠가 보인다
콘텐츠(contents)의 사전적 의미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이다.

최근 외식업에서도 이러한 ‘콘텐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외식업 운영 시 필요한 다양한 요소, 이를테면 음식 맛이나 인테리어, 매장 위치, 서비스, 분위기, 홍보 콘셉트, 상호와 메뉴명, 캐치프레이즈, 브랜드 로고, 스토리텔링 등이 포함된다. 고로 외식업에서의 콘텐츠는 복합적인 의미다.

이러한 외식업 콘텐츠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고객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디테일해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이 기갈나게 맛있는 집은 서비스가 좀 떨어지거나 매장 구석구석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해도 꼭 줄 서서 먹곤 했다.


그러나 ‘무조건 맛있는 집’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맛은 개개인의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다르고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제는 맛 외적인 요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어필해야 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식생활 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찰나처럼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 외식 트렌드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는 소비자의 니즈를 채워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 감동은 반드시 기억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식점은 고객이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셰프가 직접 홀로 나와 고객에게 셀로판지로 포장한 초콜릿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오늘 식사가 즐거웠나요? 지금 이 좋은 기분을 그대로 댁까지 가져가셔서 주무시기 전 차 한 잔과 이 초콜릿으로 달콤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고객이 그 음식점에서 감동을 받고 나온다. 그들은 단골이 되고 지인을 초대하기도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쉽게 잊지 못한다. 음식을 먹고 나가는 고객에게 ‘음식이 입에 맞으셨습니까?’라고 웃으며 말을 건네는 집과 그렇지 않는 집의 고객 재방문율은 하늘과 땅 차이다. 주인이 직접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고객은 마음을 연다.

단순한 ‘맛집’과 ‘마음을 열게 하는 집’은 의미부터가 다르다. 음식 장사 역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 단순히 음식 맛만 좋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은 단순히 친절한 서비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 스토리텔링으로 포지셔닝 해라
국내 외식시장에서 한식은 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입에서 ‘현재 국내 외식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규모면에서는 제법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음식점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다. 야심차게 매장을 오픈했다가 생각만큼 수익이 돌지 않자 문 닫는 식당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외식업은 아직까지 자본주의에 입각해 돈 버는 데만 급급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만 구상하다 보니 원하는 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는 있어도 몇 대에 걸쳐 롱런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관건은 스토리텔링이다. 특히나 ‘맛’은 기본 요소로 하는 음식점이라면 더더욱 매장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일본 외식시장만 봐도, 그곳의 요리사들은 거의 장인 수준에 가깝다. 자긍심과 애착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그것을 후대에까지 물려준다.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맛의 향연은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고, 음식은 곧 역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따뜻한 정서와 먹을거리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 역시 계속해서 후대가 안고 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외식 문화 스토리텔링이다. 또한 사실과 신뢰성을 가미한 스토리텔링은 음식점의 감초다.

◇ 식재료를 알고 나면 킬러콘텐츠가 보인다
'놀부보쌈'의 창업자인 (주)이야기가있는외식공간 오진권 대표와 2012런던올림픽 기념 주한 영국대사관 총괄셰프를 맡게 된 요리연구가 토니유 셰프, 그 외 외식업 관계자들은 식당 운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로 ‘식재료’를 꼽았다.

특히 한식은 각 식재료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 문화, 전통 등이 담겨 있어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최상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은 물론 해외까지 다닌다.

좋은 식재료는 음식 맛의 가치를 높여줄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스토리텔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식재료 생산 업자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재료를 처음 먹었던 시기와 계기, 요리 방법, 가장 맛있는 기간, 유래 등 끄집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맛집 파워블로거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식재료를 선보이는 음식점은 그만큼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집 같아 호감이 간다고 전했다. 식재료에 대한 오너의 철학과 지식, 애정은 요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이는 손님을 끄는 아주 매력적인 요소다.

◇ 외식 콘텐츠 연구·개발 전문가 하나 없는 정부 부처
이번 기획특집 건으로 외식 콘텐츠 관련 자문을 구하고자 CJ를 비롯한 외식기업들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팀 등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 부서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경우 현재 게임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위주로 다루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관광 산업의 전반적인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외식 콘텐츠 전문가는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로 ‘한식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상 외식 콘텐츠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부처는 없으며 전문가도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의 역사성이나 민족성, 외식 문화의 특성 등에 대한 아무런 근거나 설명 없이 무작정 음식만 들이밀며 ‘한식은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가치 있는 상품’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에 진정성을 더하려면 역사와 사실에 입각한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무조건 ‘맛있다’고 선전할 것이 아니라 식재료 하나하나의 가치를 되새기고 한식의 유래와 발달 과정, 음식간의 어울림, 상차림의 조화, 한국 외식문화의 기반 등을 연구해 탄탄한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식 문화를 대표할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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