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는 장애인들의 절망을 아는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1.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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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야구 하는것은 물론 구장관람 조차 불가능

설 연휴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글러브(GLove)’라는 야구 영화였다. 지난 해 1월 개봉된 영화인데 12월에 ‘퍼펙트 게임’이 상영됐음을 고려하면 2011년은 영화계도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났다.

한국에서 한 해에 야구 영화가 2편이나 제작된 것은 드문 일이다. 소재의 한계로 흥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데 프로야구 30주년이었던 지난 해 프로야구 사상 최다인 정규시즌 680만 관중을 돌파하는 인기를 영화계가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청각 장애인 야구팀을 소재로한 영화 글러브.↑청각 장애인 야구팀을 소재로한 영화 글러브.


영화는 영화였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연장 15회 맞대결을 다룬 '퍼펙트 게임'에는 여기자(최정원 분)가 등장하는데 필자가 현장 취재했던 그 시절의 기억으로는 당시까지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여자 기자는 없었다.

팩스로 기사를 송고하기도 전이었으며 취재 기자들은 전화로 기사를 불렀고 편집국 체육부 내근 기자들이 원고지에 받아써서 편집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마감을 했다.



◇ 청각 장애인 야구팀 다룬 영화 '글러브'의 감동

‘글러브’도 영화였다. 퍼펙트게임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청각 장애인 야구팀인 충주성심학교의 전국대회 1승을 향한 끝없는 도전에 감동을 더하려고 한 영화이다.

LG 트윈스 투수로 프로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당한 사고뭉치 투수가 코치를 맡은 충주성심학교가 봉황대기에서 강호 군산상고를 상대로 연장 승부 끝에 예상치 못한 투수의 끝내기 폭투로 지고 마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충주성심학교 팀이 유일하게 전국 대회에 나설 수 있는 대회는 2010년까지 봉황대기였다. 53개인 전국의 모든 고교팀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교야구가 지난 해 주말리그로 바뀌면서 봉황대기는 전국 사회인 야구 대회로 전환했다. 그래도 주말리그 덕택에 충주성심학교는 작년 13경기를 펼쳐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향후 1승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러브’라는 영화를 보면서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려는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의 온몸을 던지는 노력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더 이상의 야구 진로가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가슴 아팠다. 야구 선수로서는 충주 성심학교 시절이 마지막이 될 수 밖에 없다.

↑ 2001년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마지막 해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을 때 경기가 열린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자랑한다. 걸어나가는 뒷모습의 61번 선수가 박찬호이다.↑ 2001년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마지막 해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을 때 경기가 열린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자랑한다. 걸어나가는 뒷모습의 61번 선수가 박찬호이다.
설 연휴를 마치고 25일 출근해 뉴스를 검색하다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 언론, 에이블 뉴스(ablenews)’에서 ‘장애인 여자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을 쓴 연재 칼럼을 읽게 됐다. 글의 주제는 안타깝게도 ‘야구장 데이트를 포기했던 이유’였다.

‘문득 한국의 야구 여건에서는 장애인이 야구를 직접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지만, 야구를 구장에 찾아가 보고 듣고 즐기는 것마저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절망’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에선 장애인들 야구 하는 것도, 보는것도 너무 불편

‘에이블 뉴스’ 칼럼의 후반부를 인용하면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이 680만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를 비롯한 해외파들이 우리나라로 복귀하면서 벌써부터 올 프로야구는 흥행 조짐을 보이며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관중 감소에 울상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몸이 불편한 이들이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화장실은 고사하고 관중석에 있는 수많은 계단에는 몸이 불편한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난간이 없다. 때문에 계단 이용 시 손잡이나 난간이 필요한 장애인은 관중석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장애인의 날에 몇몇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초청해 경기를 관람하게 하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관중석에 장애인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함께 응원이 가능할 때 몸이 불편한 이들도 비로소 관중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현실적인 장벽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람 문화가 정착되면서 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해 첫 시즌을 맞이한 2002년 홈구장 ‘볼 파크 인 알링턴’ 전경이다. 장애인 석은 보통 내야석 두 번째 단에 마련돼 있다. 세월이 흘러 구장 명칭도 ‘레인저스 볼파크’로 바뀌었다.↑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해 첫 시즌을 맞이한 2002년 홈구장 ‘볼 파크 인 알링턴’ 전경이다. 장애인 석은 보통 내야석 두 번째 단에 마련돼 있다. 세월이 흘러 구장 명칭도 ‘레인저스 볼파크’로 바뀌었다.
◇ 메이저리그선 장애인은 무조건 맨 앞자리 우선배정

메이저리그 구장을 가면 장애인 관람석이 따로 마련돼 있다. 장애인은 그 누구보다 우선해 대우한다. 항상 인파가 넘쳐 나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줄을 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마냥 대기를 해야 하는 LA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를 가도 장애인은 모든 이들의 배려를 받는다.

장애인은 물론 동반자들까지 언제나, 무조건, 줄의 가장 앞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고, 이에 대해 불평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저스타디움은 물론 메이저리그 구장에는 장애인용 주차석이 준비돼 가장 쉽게 입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안내해준다.

필자가 더 놀란 것은 장애인을 위한 점자 중계 방송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저스타디움 기자실을 가면 시각 장애인이 정상인의 도움을 받아 경기 진행 상황을 들으며 점자로 중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야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구본능 총재-양해영 사무총장 체제로 금년 첫 시즌을 맞는다.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야구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 과제 중의 하나이다. 특히 신축되는 광주, 대구 구장 등은 설계에서부터 장애인들의 진입로와 안전한 관전석 확보가 필요하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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