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는 애플, 삼성전자 넘어 선 비결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2.01.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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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매출 52조원, 삼성 47조 추월...증시 전문가 "스마트폰이 관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25일 장중 112만5000원까지 오르면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술주’라는 평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 삼성전자의 사상최고가 경신의 빛이 바랬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31일 마감한 2012 회계연도 1분기에 매출액 463억3300만달러(한화 52조1385억원), 영업이익 173억4000만달러(19조5127억원), 순이익 130억6400만달러(14조7009억원)를 기록, 시장기대치를 크게 상회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압도한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앞서 분기 매출 50조원 고지에 올라섰고, 영업이익 규모는 삼성전자의 4배 수준에 육박한다.
잡스 없는 애플, 삼성전자 넘어 선 비결


◇잡스 없는 애플, 분기 매출 50조 선착



애플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지난 10월 아이폰4S을 출시하고, 통신사를 다양화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 1분기 아이폰 판매대수는 3704만대에 달했다. 기존 아이폰3GS 교체 수요가 증가한데다 연말 쇼핑시즌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35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전분기대비 100% 이상 증가한 37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아이패드 판매량은 1543만대에 달했다. 태블릿PC시장의 애플 독주는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2012년 2분기(1월~3월) 가이던스를 매출액 325억달러(전년비 +31.7%), 주당순이익(EPS) 8.5달러(전년비 +30.9%)로 제시했다. 올해도 실적호조가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애플의 선전에 따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IT업체들의 실적 호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애플관련 부품업체는 애플의 최대의 경쟁자인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10,280원 ▼390 -3.66%), 삼성전기 (151,700원 ▼2,500 -1.62%), 삼성SDI (431,000원 ▼10,500 -2.38%), LG이노텍 (238,500원 ▼5,000 -2.05%), 실리콘웍스 (71,900원 ▼700 -0.96%), 인터플렉스 (15,710원 ▼340 -2.12%), 옵트론텍 (4,125원 ▼170 -3.96%) 등이다.

◇누가 최고의 IT株 인가?

애플은 현재 글로벌 IT기업중 시가총액 1위를 내달리고 있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은 무려 3918억달러(441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5일 종가 기준 164조원(1456억달러)으로 애플, MS, IBM, 구글, 오라클에 뒤쳐져있다.

애플은 PC와 휴대폰 사업만을 영위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품부터 TV 등 가전까지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매출 비교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애플은 영업이익 등 '질'에서 뿐 아니라 분기 매출이라는 '양'에서 조차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올해 두 업체의 승부는 어떨까. 애플이 앞서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익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와 LCD를 중심으로한 사업구조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비메모리반도체와 유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경기와 상관없이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지난해 3분기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세트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세트와 부품의 동반성장이라는 공고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게 됐다.

이선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5.5% 증가한 21.9조원에 이를 전망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OLED 등 신규사업의 고성장 국면 진입과 더불어 스마트폰, TV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술주로 꼽았다.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두 업체의 희비를 가를 격전장으로 스마트폰시장을 꼽는다. 애플은 아이폰을 앞세워 스마트폰시장에서 매출의 50% 가량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 기대와 달리 신제품이 아닌 업그레이드폰(아이폰4S)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에 역전을 허용한 상태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5와 아이패드3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IT 수요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글로벌 IT시장에서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수요를 촉발하고, 그 과실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취하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갤럭시3를 선보이는 한편, 보급형 스마트폰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부품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결국 관건은 세트"라며 "PC, TV, 휴대폰 등이 개별시장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면서 단일시장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업체가 이 시장에 적합할까.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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