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저우 사채시장도 붕괴, 사장 야반도주 또 발생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1.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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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소수출기업의 중심지인 원저우(溫州)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추석 때 원저우를 방문, 사채(私債)문제 해결을 지시한 뒤 호전기미를 보였지만 올들어 중소기업 사장이 야반도주하고 자살하는 사례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활용하던 사채시장마저 붕괴되고 있어 중소기업 부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원저우의 난시장(楠溪江)농업그룹, 하이허(海鶴)제약, 판파(藩發)실업 등의 사장이 사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야간도주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차이징궈지아저우깐(財經國家周刊)이 23일자에서 보도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후난(湖南)셩 위에양(岳陽)시 원저우상회의 바이홍꽝(白洪光) 회장이 원저우시 바이리(百里)로에 있는 자신의 9층 사무실에서 목매 자살했다.

지난해 추석이던 9월, 원 총리가 원저우를 방문해 사채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작년말까지 만기를 연장했던 사채가 올들어 만기가 돌아오면서 중소기업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사장들이 야반도주하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다시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원저우시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초 0.4%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0.7~0.8%로 2배 가량 급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원저우시에서는 산업공동화와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 상실 등 실물경제 문제가 금융문제와 겹쳐 있어 원저우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들의 야반도주가 잇따르면서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던 사채시장마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저우시의 한 금융감독기관 관계자는 “원저우 사채시장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 주는 사람이 이자와 기간에 합의하면 신용으로 자금대차가 이뤄지며 중소기업들의 자금공급원 역할을 해왔다”며 “최근에는 사채를 빌리려면 저당이나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담보가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채를 빌리려 해도 담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복담보가 빈발하며 담보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원저우시 한 금융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87개 문제기업의 경우 1차 담보와 관련된 기업이 153개나 되고, 2차 담보관련 기업도 353개나 되는 실정이다.

원저우는 민영기업이 시 전체 GDP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7년의 경우 원저우 민영기업의 GDP는 1741억위안으로 원저우시 GDP의 80.7%를 차지해 중국 전체 평균보다 30%포인트나 높았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영난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1~7월 중에 원저우에 있는 매출액 500억위안 이상 민영기업 326개는 6억4000만위안의 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손실이 52.2%나 급증했다.

원저우시는 지난해 11월, 3년 안에 120여개의 소규모 금융기관을 신설해 사채자금 중 800억위안을 양성화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개혁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개혁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라도 시간이 걸리는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근로자 임금과 원재료비 등의 지급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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