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사범은 비행기값도 제대로 없던 마리야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법은 미성년자는 보호자 없이 해외 출국이나 유학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익힌 것도 기보를 보기 위해서다. 하루에 몇판쯤 두냐고 묻자 ‘한판, 두판, 세판쯤’이라고 더듬더듬 말한다. 하지만 “제일 재미있는 건 바둑”이라고 말할 때는 말꼬리를 흐리지 않고 또렷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가끔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을 때는 “바둑이 재미있으니까 당장은 프로 입단만 생각한다”고 했다. 10 ~ 12시간씩 바둑 공부를 해 스승인 천 사범도 노력형으로 인정하는 마리야는 현재 아마 6단쯤에 해당하고 한국기원의 여자 연구생으로는 2조에 속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입단에 앞서 마리야는 연구생 1조로 올라가는게 목표다. 외국인 추천 입단으로 프로기사가 되려해도 1조에 속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마리야는 바둑 장학금을 받았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를 여는 등 바둑 확산에 애써온 삼성화재 (310,000원 ▲500 +0.16%)와 대회 참가 기사들이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한국기원 연구생 중 성적우수자에게 수여하는 상이었다. 성실한 데다 하루 종일 바둑만 생각하는 마리야를 지도사범들이 적극 추천한 결과였다.
입단을 하더라도 마리야는 한국에 머물러 바둑을 계속 두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에 와서 이태원 같은 곳에 갔을 때도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숙소와 기원 외에는 자주 나가지도 않거니와 끌리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마리야는 까르르 웃을 때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올해 설이 쓸쓸한 이유는 고향에 못 가거가 아니라 바둑둘 상대들이 고향에 가서다'라고 말할 때는 천상 예비 프로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