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 사퇴' SNB 총재, 1주 일하고 연봉 다챙겨 논란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2.01.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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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내 은행권 보수 논쟁 확산 움직임

환투기 의혹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사퇴한 필립 힐데브란트 스위스 중앙은행(SNB) 전 총재(48)가 올해 일주일 가량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치 연봉 90만스위스프랑(한화 약 10억9700만원)을 다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립 힐데브란트 전 스위스은행 총재(왼쪽)와 그의 부인 카샤 힐데브란트.필립 힐데브란트 전 스위스은행 총재(왼쪽)와 그의 부인 카샤 힐데브란트.


힐데브란트 전 총재는 2010년에는 86만2000스위스프랑을 연봉으로 받아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SNB는 “힐데브란트 전 총재와의 연봉 계약 자체가 12개월치를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6개월은 통지기간이고 나머지 6개월은 다른 은행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는 계약조항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힐데브란트 전 총재는 2013년1월까지 다른 은행에 취업할 수 없다.

힐데브란트 전 총재의 연봉지급 논란은 스위스의 정치적 후폭풍을 넘어 유럽내 보수 관행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이 은행권의 지나친 보수를 강력 규제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은행권 보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의 연봉지급 사실은 스위스 정부가 적어도 4월까지 신임 총재를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왔다. 시장은 유로 하락 등 가뜩이나 시장의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 신임 중앙은행 총재가 너무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는다는 점에 불안한 눈치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힐데브란트 전 총재부부의 환투기 의혹과 관련해 SNB의 감독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총재 인선이 이뤄지기 전에까지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안정된 중앙은행 총재의 리더십을 두고 정치권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직은 토머스 조던 부총재가 직무 대행으로 수행하고 있다. 조던 부총재는 “스위스프랑을 유로화 대비 1.20유로 수준으로 고정시키는 환율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힐데브란트 전 총재인 부인인 카샤가 지난해 8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스위스 프랑화를 유로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도입에 앞서 미화 50만달러를 사들여 결과적으로 환차익을 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국 사퇴했다. 또 본인도 총재직을 수행하던 지난해 3월 110만스위스프랑 규모의 외환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힐데브란트 부부는 과거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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