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세이]'남의 돈'으로 집짓던 시대 지났다

머니투데이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2012.01.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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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세이]'남의 돈'으로 집짓던 시대 지났다


최근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의 판도를 짚어보고 올해의 양상을 전망해보자. 2008년 '리먼사태'를 전후해 개발사업의 젖줄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극명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금융권에서 PF자금을 확대하고 건설사에서도 지급보증을 당연시하는 추세였다. 심지어 돈없이 사업계획서만으로 사업이 가능하기도 했다. 지금은 금융권의 PF자금이 꽁꽁 묶였고 건설사에서는 '지급보증'이란 용어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결국 미분양분을 시공사가 떠안는 '책임분양보증'이라는 형태가 보편화됐다. 또한 입주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겠다는 '미분양담보확약'을 조건으로 PF를 일으키게 됐다.

지난해에는 설상가상으로 저축은행이 폭탄을 맞으면서 사업 시작단계에 부지매입계약 등 절대적인 촉매 역할을 했던 '브릿지론'이 사실상 사라졌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라는 구원투수가 등판했으나 정착도 하기 전에 부작용만 낳으면서 일부는 미아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는 바람직한 개발사업 구조를 탄생시키기 위해 산통을 겪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을 타인자본으로 시행하던 기존 방식은 설 곳이 없다.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부지매입이 확정적이어야 한다. 지주공동사업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양성이 애매한 사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전에 매입자나 수분양자를 어느 정도 확보해놓아야 눈길이 쏠린다. 필자는 아예 몇 개월간 분양을 해본 뒤 일정수준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사, 금융기관, 신탁사 모두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방식까지 도입하고 있다.

PF 경색과 지급보증 기피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간접투자방식이 활성화돼야 한다. 올해는 모자형 리츠제도가 탄생했다. 시행자와 이익 및 리스크를 나눌 수 있는 금융구도가 점진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에서는 금융과 부동산을 결합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제 돈도 없이 사업계획서 몇 장으로 요행수를 바라는 사업방식은 도태된 것이다.

개발사업시장이 어려운 게 아니라 제대로 정착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확한 사업분석과 리스크관리를 위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안정성을 위해 상당한 자기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오히려 실력만 있으면 남들이 기피할 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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