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의원 회의 연기…'정면충돌'로 가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2.01.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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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硏 '공천준비관련 검토의견' 공개…의원들 '부글부글'

한나라당이 9일 열릴 예정이었던 비상대책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연기했다. '정권 실세 용퇴론' 등의 인적쇄신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상호대면을 통해 오해를 풀어보자는 측면이 컸던 자리다.

하지만 당내 분란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며 추후 날짜를 잡지도 못한 채 연기됐다.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으로 비대위와 친이(이명박)계의 정면충돌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이 (9일 연석회의를) 브리핑한 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는데 각 의원들의 의정보고 대회가 11일까지 잡혀 있어 (비대위-의원 연석회의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과 비대위원이 서로 만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상견례 등 만남의 자리는 마련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말하긴 곤란하지만 의정보고대회가 마감된 이후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무적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되도록이면 많은 의원들이 참여할 수 있게 연석회의를 연기했다는 의미지만, 당내 분위기는 달랐다. 한 수도권 의원은 "비대위원들과 의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만나봤자 별 성과 없이 상호 공격만 하다 끝나버리면 분란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대위원들은 연일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공천개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원내 안정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의 당 지휘부가 완전히 붕괴됐는데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며 '정권 실세 용퇴론'을 거듭 주장했다. 자발적 용퇴가 없을 경우 비대위 차원의 인적쇄신 강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위원들. 왼쪽부터이상돈 중앙대교수, 이양희 성균관대교수,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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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위원들. 왼쪽부터이상돈 중앙대교수, 이양희 성균관대교수,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박 비대위원장도 KBS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그동안 우리 정치는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번번이 주저앉곤 했는데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며 "(공천기준에 대해) 저를 비롯한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 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며 "포장이 아니라 내용을 확 바꾸겠다. 구시대 정치의 폐습을 혁파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이 불필요한 이념싸움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의 온기가 일부에만 집중되는 경제의 동맥경화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며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도 지적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평소 절제된 화법이 아닌 '확' '반드시' 등의 표현들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쇄신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비대위원과 친이계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된 인적쇄신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비대위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장제원 의원도 트위터에 "쇄신 얘기하시는 분들의 도덕성에는 왜 그렇게 관대하냐"며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문제 있으면 그 메시지마저 죽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정면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마련한 내년 4월 총선 관련 '공천준비관련 검토의견'이 공개돼 분위기가 더욱 심란해졌다. 핵심은 당 지지도보다 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을 경우 공천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것. 여의도연구소가 설 연휴 전후 각각 한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고, 이미 1차 견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설'도 떠돌았다.

여론조사만으론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없는 만큼 여기에 ▲재판 계류 여부 ▲재공천 시 여론악화로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지역주민의 교체지수가 현저히 높은 경우 ▲당세 확장에 도움이 되는 외부 영입인사가 희망하는 경우 등
현역의원의 교체 기준 4가지가 추가됐다. 사실상 현역 의원들의 대대적 물갈이를 의미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 시절 용역을 줬던 것으로 비대위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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