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출렁', 황당루머 재생산의 전말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1.12.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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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포인트]보수매체 보도후 메신저 확산… 코스피 한때 40P 하락

증시 '출렁', 황당루머 재생산의 전말


"어..어.."

27일 오전 10시35분. 강보합권에 있던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 빠르게 낙폭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하락반전해 5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하락폭은 40포인트 이상 커져 1860선에 있던 코스피지수는 1810선까지 주저 앉았다.

이처럼 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중국의 북한 파병설 등 북한 관련 여러 황당한 루머가 한몫을 했다는게 증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증권사의 선물 주문 실수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지만 북한 관련 루머들이 돌면서 매도세가 몰렸고 연말을 맞아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이같은 매도세에 지수 낙폭이 급격히 커진 측면이 있다는 것.



이날 지수의 단기 급락을 이끈 북한 파병설은 어떻게 흘러나온 것일까.

지난 25일 국내 한 보수 성향의 인터넷매체는 중국 군사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중국의 대북 파병 및 주둔을 주장하는 글이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중국의 대북 파병과 주둔을 주장하는 글이 게재돼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내용은 지난 23일 '중국 최대 군사 전문사이트'를 자칭한 '시루(xilu)'라는 사이트가 띄운 '중조(中朝)협정에 근거, 중국은 김정일이 사망한 북한에 즉시 파병후 주둔해야'라는 제목의 글.

이 글은 "미국과 일본, 인도 등 주변국가의 돌발 대응을 막고, 북한이 내란 등으로 한국에 흡수통일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에 파병해야 한다"는 등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았다.

보도에 이어 이틀이 지난 27일에는 국내 한 일간지가 이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 내용이 전해지면서 증시에 혼란을 일으켰다.


신문이 인터넷에 기사를 띄운 것은 새벽이었지만, 장중에 누군가가 메신저로 이같은 내용을 돌리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 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식의 황당한 북한 관련 루머들이 함께 확대 재생산되면서 지수 급락에 일조했다.

중국이 북한에 파병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불안 심리가 커진 개인들이 선물 시장에서 매도 규모를 늘렸고 이 영향으로 선물값이 하락, 프로그램 매물이 일시적으로 대거 출회됐다는 설명이다.
개인은 선물시장에서 10분간 1000계약을 순매도 했고 이 영향으로 1000억원이 넘던 프로그램 순매수는 200억원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지수하락으로 이익을 보는 풋옵션 매수 세력이 의도적으로 이같은 루머를 퍼뜨린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단기간 급격히 낙폭을 키운 코스피지수는 일부 하락폭 만회, 오후 12시6분 현재 전날보다 12.10포인트(0.65%) 하락한 1844.60을 기록 중이다. 하락폭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급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증시 한 관계자는 "연말이라 거래가 한산해 지면서 일시적으로 수급 공백이 생긴 가운데 작은 변화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면서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뉴스에 예민해진 와중에 북한 관련 루머들이 증시 하락을 이끌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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