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과당경쟁 업계 스스로 자제해야"(종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12.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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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엽 국토부장관, 해외건설기업 CEO 조찬간담회서 정부개입 불가 지적

↑해외건설협회 초청 해외건설기업 CEO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왼쪽 테이블 좌측에서 첫번째).↑해외건설협회 초청 해외건설기업 CEO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왼쪽 테이블 좌측에서 첫번째).


"해외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기업간 과당경쟁을 막을 자율적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건설업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의체를 통해 과당경쟁을 막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불공정경쟁으로 당장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국토해양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외건설업계 간 조찬간담회에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의 폐해를 줄이자는 자정노력과 정부의 금융지원 강화, 해외건설 인력 교육을 위한 지원체계 등이 논의됐다.



또 △아시아권 물 산업 진출 시 금융지원 확대 △중소업체 보증지원 △핵심 엔지니어 및 금융인력 양성 △발주처 현지 인력의 국내훈련 △해외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정보공유를 통한 우리업체간 지나친 경쟁 자제 등도 포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10대 건설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에 달할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중견 건설사들의 지원을 통한 해외건설의 저변 확대 방안들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EPC(설계·자재조달·시공 등 일괄수행) 역량이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나왔다.

한 중견 건설사 CEO는 "보증능력이 부족해 1억달러 규모의 공사도 겨우 맡을 정도"라며 "해외 투자개발 사업도 참여하려면 지분을 20~30% 투자해야하는데 자금력이 떨어져 입찰 참여조차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에서 지원을 한 해외건설 사업에 대해서는 대형사와 중견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나 일본, 프랑스 등 경쟁국들은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아 입찰에 참여해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경쟁에 밀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고질병인 저가 수주에 대한 개선책도 논의됐다. 한 CEO는 "해외 발주처에서 최저가낙찰가로 정해놓고도 다른 국내 건설사를 불러 가격 흥정을 다시 벌이기도 한다"며 "이런 폐해를 줄이려면 업계의 자정이 우선돼야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자율적 협의체를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의체를 통해 과당경쟁을 막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불공정경쟁으로 보고 당장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각 회사마다 스스로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양보다 질을 추구하자는 공감대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도 업체간 과당경쟁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정부에서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대신 해외건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권 장관은 "해외건설에 대한 정부 보증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 국가에 고위급 외교단을 파견해 외교적 뒷받침도 할 것"이라며 "(조찬간담회에서) 숙제를 받은 만큼 앞으로 이를 잘 풀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580억달러로 예상돼 목표치인 600억달러 달성은 실패했지만 리비아 사태 등 중동지역의 정국 불안을 감안하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거둔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중요한 프로젝트 계약 몇 건이 지연돼 목표치에 100% 달성을 못했지만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180억달러를 제외하면 실질적 성과는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조찬간담회는 국토부 권도엽 장관, 정내삼 건설수자원정책실장, 박민우 건설정책관을 비롯해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윤석경 SK건설 부회장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김헌탁 두산중공업 부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정현우 삼성물산 전무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진영대 한화건설 부사장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김승준 쌍용건설 부사장 △김호영 경남기업 사장 △이종호 원건설 사장 △윤춘호 극동건설 사장 △남금석 삼부토건 부사장 △장해남 금호산업 부사장 △김외곤 태영건설 사장 △이윤한 도화엔지니어링 사장 △이창윤 삼보기술단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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