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전력 70% 생산…"전력수급 맞춰라" 밤샘공사

머니투데이 쿠웨이트=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1.11.10 08:47
글자크기

['한국건설의 혼' 세계에 심다 ①-4]현대건설 '쿠웨이트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1>중동편① - 쿠웨이트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전경.↑슈아이바 북부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34,800원 ▼550 -1.56%)이 완공한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쿠웨이트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슈아이바 산업공단에 자리잡았다. 쿠웨이트 전력의 70%를 담당하는 곳이다.

국가의 주요 시설이어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에 들어가려면 군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온몸을 수색하는 건 물론이고 미리 허가받은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빼곤 어떤 기기도 반입이 금지된다.



◇전력수급 제때 맞추기 위해 철야근무 강행
쿠웨이트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총 86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사금액은 7억달러 규모다. 이 발전소가 때맞춰 완공되지 않았으면 쿠웨이트는 전력 비상사태를 맞을 뻔했다. 그만큼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기 버겁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인 쿠웨이트 수전력청(MEW)이 여름에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다급한 사정을 맞추기 위해 열사의 땅에서 오전 4시40분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프로젝트는 복합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 중 일부를 사용, 바닷물을 끌어올려 물을 만들어내는 담수공장 건설도 패키지로 진행했다. 이탈리아 피지아(Fisia)가 맡은 담수플랜트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것만 봐도 현대건설 직원들의 속전속결 뒤에 숨은 노고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1999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당시 폭격을 맞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공사 당시 애로점이 많았다. 땅을 파면 예상치 못한 폭탄이 나오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홍구 현대건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건설소장은 "비유하자면 산고 끝에 자식을 낳은 느낌"이라고 했다.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공장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복잡한 배관이 얽히고설켜있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복잡한 배관이 얽히고설켜있다.
◇발전소는 사람…생명의 원천
그래서 발전소는 더욱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 소장은 "터빈이 심장이라면 배관은 신경조직"이라며 "아주 예민해서 한치의 오차로도 문제가 드러날 정도"라고 말했다. 공정을 완료한 후 최종 점검을 할 때는 신경이 곤두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정도다.

현재 슈아이바 북부발전소는 3개 터빈 중 2개에서 400㎿의 전력을 만든다. 8만가구가 동시에 전력을 쓸 수 있는 양이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의 메인 기둥은 높이만 60미터에 달한다. 현재 2군데 터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슈아이바 북부발전소의 메인 기둥은 높이만 60미터에 달한다. 현재 2군데 터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높이만 60m에 달하는 거대한 발전소 굴뚝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전력을 생산 중임을 알렸다. 육중한 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생명의 전기를 받기 위해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전구와 전기제품이 줄을 댄 채 빛을 쏘고 작동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발전소의 심장인 가스터빈실에 들어가자 '윙'하는 굉음에 말소리가 묻혔고 사우나에 들어선 듯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에너지의 힘이 피부에 와닿았다.

발전시스템은 모두 자동화다. 이를 컨트롤하는 '중앙제어실'에는 총 14개 모니터에서 전력량과 스팀온도 압력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전상훈 현대건설 과장은 "마우스와 버튼만으로 모든 설비를 동작하고 멈출 수 있다"며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 발주처에 시스템 운용능력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의 '중앙제어실'. 발전소의 모든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작동과 정지는 컴퓨터로 제어된다.↑슈아이바 북부발전소의 '중앙제어실'. 발전소의 모든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작동과 정지는 컴퓨터로 제어된다.
◇확장하는 쿠웨이트 건설 호황 맞는다
국내 건설사들은 설계부터 자재구매와 시공 등 모든 공정을 도맡는 EPC(설계·구매·시공)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의 한계도 분명하다.

터빈과 같은 핵심 부품은 GE에너지나 지멘스와 같은 외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부품만 900개에 달한다. 조립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홍구 현대건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건설소장.↑이홍구 현대건설 슈아이바 북부발전소 건설소장.
이들은 EPC와 달리 공정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위험 부담을 안지 않으면서 부품을 팔아 큰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홍구 소장은 "국내 업체들이 수십 년간 해외에서 노하우를 쌓으면서 EPC 분야에서의 능력은 이제 일본 업체들보다 앞서 있다"며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사업 리스크가 낮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아쉬워했다.

쿠웨이트는 도시 확장을 위한 터닦기에 한창이다. 시내 곳곳에 상하수도 공사현장이 즐비하다. 항만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뿐 아니라 플랜트나 담수화설비 확장은 필연적이다. 특히 발전소는 교체주기를 맞아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윤태 현대건설 차장은 "20억달러 넘는 아주르 발전소 입찰이 진행 중이고 국내업체들도 5곳이 참여했다"며 "건설수요로 인한 제3국인 유입이 증가하면서 주택건설을 더욱 늘려야 하기 때문에 해외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 망가프 지역 쿠웨이트 망가프 지역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