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대뉴스]⑧피해액 48조원의 태국 대홍수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12.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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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PC생산감소 등 서플라이 체인 우려 가중

태국의 수도 방콕이 대량 침수의 위기에 처해있던 지난 10월 말. 정부 대책본부가 있던 돈무앙공항까지 물에 잠기자 잉럭 친나왓 태국 총리는 기자회견 중 촉촉히 젖은 눈가를 내보였다. "우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잉럭 총리는 "아뇨, 앞으로도 울지 않아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신임 총리를 울게 만든 최악의 홍수는 이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재해가 남기 피해는 막대했다. 지난 7월 시작해 넉달 동안 계속된 강우로 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국토의 3분의 1(남한 면적의 1.7배)이 물에 잠긴 이번 홍수로 인해 태국은 416억달러(48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70년만의 최악으로 평가되는 대홍수가 할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중부와 남부 17개주는 침수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임시 대피소에는 집을 잃은 8만5000여명의 이재민이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열대 몬순기후 지역에 속하는 태국은 매년 규모는 다르지만 우기인 6월~10월 사이에 해마다 홍수 피해를 겪는다. 올해는 우기가 본격화될 때까지 댐의 수위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한 탓에 대량방류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태국은 동남아 제조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홍수 피해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일본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막대했다. 토요타와 혼다 등은 태국 내 공장 가동을 멈춰 세워야 했다. 특히 태국 내 부품사들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홍수 피해는 전세계로 확대됐다.

토요타의 경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세계 9개국에서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엔고 현상 등과도 맞물려 2011회계연도 순이익이 당초 목표치 3900억엔에서 54% 감소한 18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개월만에 생산이 정상화됐지만 또 다시 자연 재해 앞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태국은 전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량의 40%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HDD 부족에 따른 주문 감소로 올해 4분기 매출이 약 40억달러 감소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스테이시 스미스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DD업체들의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수주간 고객들로부터 주문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PC 생산 감소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내년 PC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예상치 3억9900만대보다 5.8% 낮은 3억76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마튜 윌킨스 아이서플라이 선임 애널리스트는 "PC업체들이 확보한 HDD 재고물량은 내년 1분기에 동이나 PC 생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HDD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내년 3분기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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