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례대표 선출 '슈스케'냐 '나가수'냐

뉴스1 제공 2011.12.10 14:39
글자크기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당원 1만4000명. 평균 나이 29세. 독일 해적당은 지난 9월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로 전체 141석 중 15석을 차지하며 제5당으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지방선거 직후 이들이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지금 총선을 치른다면 중앙 의회에서도 제4당으로 입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성정당과 주류 언론들이 인터넷 모임 정도로 간주했던 해적당이지만 인터넷 환경에서 자라고 SNS로 소통하는 이들의 약진은 독일의 기존 정치 판에 새 바람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20~30대 젊은 정치인들이 거의 전무했던 우리 정치권에서도 최근 여야 정당들이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 해적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기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은 것처럼 내년 4월에 있을 우리나라의 19대 총선에서도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청년 비례대표제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의 득과 실을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제 최종안 마련...'혁신과 통합'과도 공감대 형성



우선 당 개혁특위 차원에서 최종안을 마련한 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가장 활발해 보인다.

민주당 당 개혁특위는 25~35세 청년 비례 대표를 당선 안정권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순번으로 공천을 주는 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방식을 빌려 청년 당원과 국민선거인단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뽑을 계획이다. 전국 권역별로 일정 인원을 선발 한 뒤 이들을 합숙시켜 가며 오디션을 진행하고 현장투표, 모바일 투표, 인터넷 투표 등의 방법으로 최종 후보자를 뽑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을 추진 중인 '혁신과 통합'과도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호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 개혁특위차원에서 안이 마련돼 있고 통합 이후에도 논의를 계속 해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통합 후 국민의 의사가 어떻게 반영되고 어느 정도로 청년 비례대표를 뽑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 위원장은 청년 비례대표제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고민하는 문제, 예를 들어 일자리 문제만 고민하는비례대표의 선발을 통해 청년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 홍준표 대표 사퇴로 논의 이어질지 미지수

한나라당 역시 '슈퍼스타K'의 형식으로 비례대표를 선발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 논의했지만 당 안팎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못한 분위기다. 특히 한나라당의 중앙청년위원회가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날 사퇴 의사를 표명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김정권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총선 비례대표 의원 중 절반을 오디션 방식으로 뽑고 여기에 20~30대 젊은층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개방된비례대표 선발 오디션에서 정치 신인들은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고, 일반인과 젊은 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오디션을 본 뒤 선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10·26 재보선 직후인 10월31일 홍 대표는 대학생들과 가진 '청년 공감 타운미팅'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는 청년 비례대표를 뽑아보겠다. 원래 비례대표 뽑을 때 각 정당에 문제가 많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한나라당내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결국 이날 홍 대표가 대표직 사퇴의사까지 밝히게 돼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추진 했던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손인석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제 논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2만여 열성 청년 당원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당밖에도 개방된 오디션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도부가 추진한 청년 비례대표제는 당 청년위와 논의한 사안이 아니다"면서 "열성 청년당원들을 소외시키고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 당원들의 당에 대한 공헌도를 먼저 따져본 뒤 외부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면서 "당의 정신과 이념에 맞는지 검증도 안된 외부 인사에게 비례대표를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년 비례대표제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꼭두각시'로 전락 우려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는 기성정당들은 실업·정규직·출산·보육 등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젊은 정치인이 최적이고, 이는 정치권 전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10·26 재보선 이후 표출된 젊은 세대들의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어느정도 해소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 해결에 비례대표제 도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슈퍼스타K 방식으로 청년 비례 대표를 뽑겠다는데 그렇게 되면 온 캠퍼스를 정치판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면서 "그런건 쇄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신 교수는 "젊은 사람의 대표성은 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20~30대 청년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도 나이가 많은 의원들 사이에서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피력할 수 있겠냐"면서 "꼭두각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15세~39세 사이의 청년들이 주축이 돼 만든 시민 단체인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 역시 "슈퍼스타K의 오디션 방식이 아닌 나는 가수다 처럼 기성 정치인들이 정책을 내놓고 청중평가단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청년 비례대표제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겉모습만 바꾸려는 것 같아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청년 비례대표제가 고무적"이라면서도 "10·26 재보선 이후 보여진 청년들의 분노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뉴스1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