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론스타 '먹튀'와 야합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1.11.2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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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권력누수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김석동 위원장의 금융위원회만은 예외다. 저축은행과 가계부채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8년을 끌어온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버렸다.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 듯싶다.

야당과 시민단체 외환은행 노조는 김석동 위원장의 금융위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고 아우성이다. 증시에 주식을 내다파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렸다면 론스타가 5조원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5조원의 투자수익은 연간 30%정도의 수익률인데 이게 파격적인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사모펀드 수익률 30%는 대단한 게 아니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당시 증시에서 외환은행 주식을 샀더라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4조5000억원 정도의 수익은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국세청은 앞으로 4000억~5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할 전망이어서 론스타의 수익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하나은행이 론스타에 지급할 매각대금도 지난 7월 증시에서 외환은행 주가가 9200~9400원일 때 지급키로 했던 주당 1만3390원, 총 4조4059억원에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7700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융위가 론스타에 대해 6개월내 매각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하나은행은 적어도 1만원 안팎에서 가격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7월에 비해 총액기준 1조원정도 깎을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이 경우 당연 매각차익은 크게 줄어든다.



론스타가 5조원이상의 차익을 얻는 것을 배 아파하기 전에, 여야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금융당국도 국세청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독려하고, 하나금융이 좀더 낮은 가격으로 론스타와 협상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거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주가의 30~40%를 부과하는 게 상식이지만 지금처럼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10~20%정도로 떨어지는 게 맞다. 외환은행 매매는 기본적으로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사적계약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은 론스타의 매매차익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만큼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격을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납득할 만한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 김승유 회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만약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가격협상이 실패한다면 외환은행은 론스타를 뺀 또 다른 대주주인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감독당국에서 파견된 관리단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은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다.


행여 외환은행 노조는 이런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인이 된 이후 지금까지 최대 수혜자는 외환은행 노조원을 포함한 임직원들이다. 비슷한 운명이었던 SC제일은행처럼 독한 주인 만나 구조조정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외환은행이 국내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 건전성을 자랑하는 확실한 1등 은행이 아님에도 은행권 최고의 보상을 받아왔다.

외환은행 노조는 걸핏하면 하나금융과 금융위가 론스타의 '먹튀'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론스타가 그동안 1조7000억원의 고배당을 해 갈 때 노조는 뭘 했던가. 누가 론스타에 영혼을 팔았고 누가 론스타와 야합했나.

노조 등 외환은행 일각에서는 이제 자사주 취득 등의 방식으로 독자생존을 하겠단다. 자사주가 노조 소유물인가. 또 이럴 경우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은 어떻게 되는가. 그런데도 여기에 동조하는 게 한국의 시민단체고 여야 정치권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HSBC나 DBS(싱가포르 개발은행)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어땠나. 지금처럼 사생결단했던가. 노조도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이제 그만해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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