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부의장(한나라당)은 22일 박희태 국회의장한테서 사회권을 넘겨받아 오후 4시23분쯤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이후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직권 상정했고, 표결을 거친 뒤 오후 4시27분쯤 가결을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 개의 사실을 파악한 것은 이날 오후 2시50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가 오후 3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의 움직임이 이상해 본회의장으로 갔다"며 "본회의장 후문이 통제돼 바로 확인했더니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본회의장에 입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민주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급박하게 움직였다. 원내대표실에서는 소속 의원들에게 "경호권이 발동됐다.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대비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있던 김성곤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뒤늦게 본회의장을 찾은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한미 FTA를) 강행처리해선 안 된다"며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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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손쓸 겨를이 없었다. 이미 의장석은 국회 경위 40여 명이 둘러싸고 있고, 정의화 부의장이 착석한 상태였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의원 1인당 최대 15분간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회의장 앞은 몰려든 취재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취재진은 본회의장 기자석 개방을 요구하면서 국회 경위들과 격한 승강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기자석으로 통하는 출입문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최루탄이 터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박 의장이 요구한 심사 만료 시한인 오후 4시 직전 일명 '사과탄'으로 불리는 최루탄을 터뜨렸다. 현장에 있던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뻥' 소리가 나 깜짝 놀랐는데, 곧 흰 분말이 퍼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폭발 후 연단 주변에 있던 최루분말을 모아 의장석에 뿌렸다. "한나라당은 역사가 무섭지 않은가, 국민이 무섭지 않은가"라고 외치던 김 의원은 국회 경위들에 의해 격리됐다.
최루탄 연기가 퍼지자 의석에 있던 의원 중 일부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회 의무실에서는 고통을 호소하는 의원들에게 응급조치를 한 뒤 마스크를 배포했다. 이 사태로 본회의 개의가 20여 분 지체됐지만 한나라당의 표결처리를 막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