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치동' 중계 은행사거리 "경기불황에 휘청"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11.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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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형학원 규모 축소·중소학원 일부 문닫아…집값 하락 영향줄까?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한 빌딩. 4층부터 8층까지 보습학원이 들어서 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한 빌딩. 4층부터 8층까지 보습학원이 들어서 있다.


 "이 건물에만 대여섯 곳이 비어 있어요. 죄다 학원이었죠."

 지난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유명 학원이 입점한 건물에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A빌딩 관리인 김모씨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수강생이 줄자 문을 닫는 학원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무래도 살기 힘드니까 학부모들이 2~3곳 보내던 학원을 1~2곳으로 줄이는 분위기"라며 "나도 이 근처 아파트에 사는데 학원가가 무너지면 중계동 집값도 떨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2의 대치동' '소(小)치동'으로 불리는 은행사거리 학원가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된서리를 맞았다. 외자유치를 통해 몸집을 불리던 대형학원들이 불황으로 규모를 줄이면서 상가 공실이 나오고 있지만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해 매물만 쌓이는 것이다.

기존 330㎡에 4000만원 정도로 형성된 권리금도 절반 이상 떨어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600억원에 달하는 외자유치로 규모를 키운 대형학원들이 (최근 외국자본이 철수하는 바람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그 학원이 빠진 자리에 새 임차인이 들어와야 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수요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그나마 자금부담이 적은 99∼132㎡는 거래가 되는데 330㎡를 넘어서면 전혀 거래가 안된다"며 "'학파라치'(밤 10시 이후 학원영업금지) 같은 사교육 억제정책 때문에 수강생이 줄어 대형학원 운영에 뛰어드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A빌딩의 층별 안내도. 8개층 중 저층부를 제외한 나머지 층에 모두 학원이 들어서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A빌딩의 층별 안내도. 8개층 중 저층부를 제외한 나머지 층에 모두 학원이 들어서 있다.
 북부교육청 측은 올 들어 은행사거리 일대 학원 10여곳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중계동 일대에서 유명한 T학원은 5∼6곳에 분산됐던 학원을 3개 건물에 모았다"며 "경기침체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대형학원은 규모를 축소하고 중소형학원은 문을 닫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원가가 휘청거리자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가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지 않음에도 높은 집값을 기록한 것은 사교육 인프라에 힘입은 바가 컸다는 것이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역세권도 아니고 학원버스 때문에 소음공해도 심한 지역"이라며 "교육인프라 덕으로 집값을 지탱해왔는데 학원가가 흔들리면 자연히 (집값도) 조정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학원 수강생을 주고객으로 한 식품·의류매장, 카페 등이 상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행사거리 상가의 고층은 죄다 학원이 차지했는데 학원이 빠져나가면 과연 어떤 상가가 공실을 채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경기불황 탓에 일시적 침체가 나타나고 있을 뿐 은행사거리 학원가가 뿌리째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계동은 우리나라에서 초·중·고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최신 교육정보가 모이는 곳"이라며 "한강 이북에 이 정도 학원가가 생성될 만한 곳이 없는 만큼 '제2의 대치동'이라는 명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B빌딩. 각 종 단과학원 간판이 빼곡히 걸려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B빌딩. 각 종 단과학원 간판이 빼곡히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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