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의 과다부채, 성격이 다르다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1.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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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전히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들은 과다한 부채(負債)에 시달리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부채상환 능력이 의문시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고, 유럽은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가 국채위기에 빠질 위험에 놓여 있어 세계 증시를 흔들고 있다. 일본도 GDP의 200%가 넘는 국가 채무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다한 부채로 위기에 빠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부채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일본이 세계 최대의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국가채무 위기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3개 지역의 부채 성격이 어떻게 다를까.

우선 일본의 부채는 국내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200%를 넘어 세계 최대이지만, 일본 국채(國債)의 95%를 국내 금융기관과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인구 노령화 진전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렸고, 국채는 국내 금융기관과 개인이 소화했다.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1000조엔이 넘는다. 일본 사람들은 여전히 부지런하다. 지난 3월11일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 등으로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연장되고 있지만 일본이 부채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유럽 국가부채 위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주권채무 위기’가 아니다. 유로권 국가들은 (유로 발행으로 인해) 화폐 발행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주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유럽 국가채무는 GDP의 85%에 이르고 있지만, 채무의 70%는 유럽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 채무위기는 미국이나 중국 시각에서 보자면 ‘지방정부 채무 위기’와 비슷하다. 다만 지방 정부와 달리 유로지역 국가들은 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무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협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이 선두에서 서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부채위기는 복잡하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갖고 있는 미국의 국가채무는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에 친 채무’ 성격을 갖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미국은 2번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달러 발행을 늘렸다. 엄청나게 불어난 달러는 인플레이션(달러가치 하락)을 유발해 달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지만, 미국 경제는 의도한 것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국민은 일본처럼 저축도 그다지 갖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부채는 매월 1000억달러 정도의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도 달러 발행을 늘려 부채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달러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기축통화로서의 위신도 추락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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