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손상' 가습기살균제 6종 수거명령(상보)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11.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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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결과 사망한 임산부들과 유사한 소견 관찰..가습기살균제 사용 중단 당부

정부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6종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다. 동물흡입실험 결과 올해 초 임산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및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위해성이 확인된 6종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수거명령 대상은 동물흡입실험 결과 이상소견이 확보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세퓨 가습기살균제', 이 제품들과 같은 성분이 함유된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유사성분이 함유된 '가습기클린업' 등 총 6종이다.

복지부는 11일 오후 이들 제품 제조업체 대표자에게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해당 제품이 수거 명령 대상임을 통보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서 절차를 이행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대상 제조업체는 관할 식약청 지방청을 통해 주기적으로 수거 진척상황과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의뢰해 15일부터 수거명령 대상 제품과 제조사에 대한 정보를 제품안전포털 시스템(www.safetykorea.kr)에 공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위해상품차단시스템에 등록해 판매도 차단한다.

영세 소매상에 의해 판매 중이거나, 이미 판매돼 보유하고 있는 제품은 공개된 제조사에 직접 연락하거나,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가습기살균제 동물흡입실험은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수행했다. 흡입실험 1개월 후인 지난달 27일 1차 부검을 실시해 대조군을 포함한 전체 4개 실험군 중 '옥시싹싹'과 '세퓨' 투여군에서 조직 검사상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세퓨' 투여군에서는 인체에서의 임상 양상과 뚜렷하게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인 세기관지 주변 염증, 세기관지내 상피세포 탈락, 초기 섬유화 소견이 관찰됐다. '옥시싹싹' 투여군은 세기관지 주변 염증이 나타났다. 두 군 모두에서 두드러진 호흡수 증가와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나머지 1개 실험군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으나, 실험 개시 3개월 후인 다음달 말에 2차 부검을 실시해 최종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성분은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와 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다. 살균제나 부패방지제 등으로 흔히 사용되는 구아디닌(guanidine)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다른 살균제에 비해 독성이 적지만 살균력이 좋아 물티슈나 부직포 등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사람이 흡입했을 경우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10일 개최된 자문회의에서 이같은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관련 조치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복지부는 모든 가습기살균제를 오는 12월 중 의약외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수거를 명령한 6종 외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동물흡입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복지부 측은 국민들에게 나머지 모든 가습기살균제에 대해서도 사용 중단을 재차 강력히 권고했다. 관련 학회를 통해서 추가 사례를 파악하고,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나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의심 사례를 신고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및 가족으로 이뤄진 모임인 피해자대책모임은 이날 복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관리소홀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피해자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자와 제조사 간 개별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연간 가습기 살균제 생산량은 60만개 수준으로 시장 규모는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폐손상 발생사례는 총 34건으로 남성이 5명, 여성이 2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임산부는 1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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