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3전4기 '매각 성공스토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1.11.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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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도 그룹 검찰수사 위기로 진통… 채권단 손해감수, '매각성사' 최우선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몇 차례 파혼한 노처녀 딸을 괜찮은 조건에 좋은 집으로 시집보내는 친정아버지의 심정입니다."

하이닉스 (174,200원 ▼1,700 -0.97%)반도체 채권단(주식관리협의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새 주인이 SK텔레콤 (51,300원 ▲100 +0.20%)으로 확정된 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 하이닉스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간 지 꼭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공동관리 졸업 후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2008년 11월을 기준으론 꼭 3년이 걸렸다.



◇하이닉스 매각 '세 번의 실패' 끝에 '3전4기'=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채권단에 기나긴 여정이었다. 채권단은 십시일반 힘을 모아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하이닉스를 정상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새 주인찾기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 개시 이후 세 차례나 매각 실패의 아픔을 맛 봤다.

2002년 메모리사업부를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하려 했지만 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9년 9월엔 단독으로 인수의향서(LOI)를 냈으나 효성그룹의 중도 포기로 매각이 실패로 돌아갔다. 같은 해 12월 재매각 작업에선 인수희망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또 다시 불발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세 번의 매각 실패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기업의 특성, 특혜 시비 등 정치적 외풍 탓"이라며 "세계 2위 반도체회사인 하이닉스의 덩치도 새 주인을 찾아주는 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채권단 "이번엔 꼭", SKT-하이닉스 짝짓기= 지난 6월 하이닉스 새 주인 찾아주기에 다시 나선 채권단은 '매각 성사'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매각 이익 축소를 감수하고 신주와 구주 매각을 병행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입찰 구조를 택했다. 중간 중간 입찰 기준을 완화해 매수자를 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 작업도 쉽지 않았다.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은 몇 차례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 9월 STX의 하이닉스 인수 중도 포기는 채권단에 큰 위기였다. 경쟁입찰이 무산되면서 매각 작업이 또 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채권단이 단독 입찰 후보로 남은 SKT 외의 원매자를 찾기 위해 두 차례나 본입찰 날짜를 연기한 배경이다.


본입찰을 사흘 앞둔 지난 8일.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SKT마저 입찰을 포기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채권단은 "검찰 수사와 하이닉스 매각 건은 별개"라며 직간접적으로 SKT를 설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 성사는 그룹의 새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SKT의 인수 의지와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하이닉스의 미래를 위해 새 주인을 반드시 찾아주겠다는 채권단의 매각 의지가 결합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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