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는 마음 속에 짓는 집이죠"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11.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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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짓는' CEO 김호남 근화건설 회장]"집짓기처럼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락함 줘"

"글짓기는 마음 속에 짓는 집이죠"


 "대부분 새는 함부로 집을 짓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사람 가까이서 살아온 제비는 처마에 집을 짓는다. 부드럽지만 찰기있는 흙을 물어와 지푸라기를 섞어 차곡차곡 흙을 쌓아 견고한 집을 짓는다. 그 정성이 지극해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낫다."

 새들의 집짓기를 유심히 관찰해 기록한 사람, '집짓기'만큼이나 '글짓기'에 공을 들이는 사람, 바로 근화건설 김호남 회장(65·사진)이다.



 광주·전남 향토 주택건설업체 근화건설의 김 회장이 지난달 11일 신간 '바다를 품다'(시와사람 펴냄)을 펴냈다. 지난 3월 '삶의 물레는 돌고 돌는데'를 발간한 지 7개월 만이다.

 지난 작품에서 자연의 섭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동생의 죽음, 딸의 건강악화 등 가족과 일상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김 회장은 "동생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딸까지 건강이 악화돼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이 심정을 온 힘을 다해 기록했더니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글쓰기의 매력으로 '치유력'을 꼽은 이유다.

 실제 김 회장이 펜을 잡은 시기는 고통의 시기와 맞물린다. 2005년은 김 회장에게는 '암흑'과 같은 시기였다.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낙마했고 근화건설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때 김 회장은 첫번째 수필집 '새들은 함부로 집을 짓지 않는다'(2005년)를 내놨다.

 김 회장은 "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됐지만 지인의 배신으로 결국 무효가 됐고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성실하고 가치있게 살려는 내 의지가 망가진 데 대한 실망감에 절에 들어갔는데 글을 쓰니 생각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검찰 조사가 무혐의로 종결되고 낙선의 아픔이 치유돼도 멈추지 않았다.


 바쁘기로 유명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언제 수필을 쓸 시간을 낼까. 김 회장은 "비오는 날, 혹은 골프약속이 취소된 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책상 앞에 앉는다"며 "매일 등산하며 관찰하는 자연은 내 수필의 가장 주요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헤르만 헤세의 문체를 동경하고 피천득의 '인연'을 읽을 때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는 그에게 글짓기와 집짓기의 공통점을 물었다. 김 회장은 "집짓기나 글짓기나 모두 창의력을 요한다"며 "집을 지을 때도 글을 지을 때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락함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상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지은 '근화베아체비올레' 광고문구는 그 고민의 결과다. '동터오는 영산강, 샘솟는 남악, 보석빛 잎사귀 물들면 탁 트인 삶은 귀족이 됩니다'라는 문구로 자연과 접한 '근화베아체비올레'의 장점을 압축했다.

김 회장은 "분양광고문구의 조사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쓴다. 직원들도 내가 쓴 문구를 싫어하지는 않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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