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집짓기를 유심히 관찰해 기록한 사람, '집짓기'만큼이나 '글짓기'에 공을 들이는 사람, 바로 근화건설 김호남 회장(65·사진)이다.
지난 작품에서 자연의 섭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동생의 죽음, 딸의 건강악화 등 가족과 일상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실제 김 회장이 펜을 잡은 시기는 고통의 시기와 맞물린다. 2005년은 김 회장에게는 '암흑'과 같은 시기였다.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낙마했고 근화건설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때 김 회장은 첫번째 수필집 '새들은 함부로 집을 짓지 않는다'(2005년)를 내놨다.
김 회장은 "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됐지만 지인의 배신으로 결국 무효가 됐고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성실하고 가치있게 살려는 내 의지가 망가진 데 대한 실망감에 절에 들어갔는데 글을 쓰니 생각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검찰 조사가 무혐의로 종결되고 낙선의 아픔이 치유돼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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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기로 유명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언제 수필을 쓸 시간을 낼까. 김 회장은 "비오는 날, 혹은 골프약속이 취소된 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책상 앞에 앉는다"며 "매일 등산하며 관찰하는 자연은 내 수필의 가장 주요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헤르만 헤세의 문체를 동경하고 피천득의 '인연'을 읽을 때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는 그에게 글짓기와 집짓기의 공통점을 물었다. 김 회장은 "집짓기나 글짓기나 모두 창의력을 요한다"며 "집을 지을 때도 글을 지을 때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락함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상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지은 '근화베아체비올레' 광고문구는 그 고민의 결과다. '동터오는 영산강, 샘솟는 남악, 보석빛 잎사귀 물들면 탁 트인 삶은 귀족이 됩니다'라는 문구로 자연과 접한 '근화베아체비올레'의 장점을 압축했다.
김 회장은 "분양광고문구의 조사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쓴다. 직원들도 내가 쓴 문구를 싫어하지는 않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