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비야디가 추락하고 있는 4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1.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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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워치]'졔신환지우(借新還舊)' 위기… 수요예측 실패, 투자 과다

↑ 창업 16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비야디의 로고.↑ 창업 16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비야디의 로고.


중국의 비야디(比亞迪)가 창업 16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IT 자동차 신에너지 등 3대 주력부문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200억위안(약3조4000억원)의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현금흐름에 비상이 걸렸다.

신규 대출로 만기도래하는 옛 빚을 갚는 '졔신환지우(借新還舊)' 상황에 빠지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한때 80홍콩달러(약1만1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홍콩증시에서의 주가는 현재 14홍콩달러(2400원) 수준으로 83%나 폭락해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투자하면서 지속적 발전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던 비야디 성장에 급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주간지 「신스지(新世紀)」제41호(10월24일 발간)가 분석한 '비야디의 교훈'을 소개한다.



매출증대와 순이익 증가의 환상
2009년에 자동차 판매가 급등하면서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돼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당시 이익 증가는 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면세 등 혜택을 준 단기효과에 불과했다. 2010년에 자동차 매출은 급감했고 2011년 들어서도 매출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 비야디의 영업이익은 225억위안으로 전년동기보다 10.8% 줄어드는데 그쳤다. 하지만 순이익은 88.6%나 급감한 2억7500만위안에 불과했다.

휴대폰 부품 및 조립부문 영업이익이 97억위안으로 4% 늘어났고, 2차전지 부문 영업이익도 25억위안으로 17.3%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102억위안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부진했다.



장밋빛 사업계획에 의한 과다한 투자
비야디의 재무상태는 2010년 2분기부터 이미 좋지 않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8%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58%나 줄었다. 작년 3분기에는 더욱 악화돼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99%나 급감하면서 고작 1182만위안에 불과했다.

비야디의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으로 부채상환 능력, 즉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은 지난 6월말 현재 0.63배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에 둥펑(東風)자동차의 유동비율이 1.13배, 장안(長安)자동차는 0.96배, 이치(一汽)자동차 0.82배에 비해 비야디의 부채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비야디의 부채 상환능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2008년에 1.03배였던 유동비율은 2009년에 0.93배로, 2010년에 0.63배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 6월말 현재 단기부채는 89억위안으로 작년말의 97억위안과 거의 비슷했다. 올들어 6월까지 신규대출로 확보한 자금이 97억위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신규 대출로 만기가 돌아오는 과거 대출을 상환하는 '졔신환지우(借新還舊)'가 벌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비야디의 재무상태를 장기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는 한 관계자는 "졔신환지우는 기업의 자금운용에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비야디는 수익창출 능력이 부족한데도 고정투자를 과다하게 함으로써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야디는 2009년말에 100억위안에 이르는 엄청난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에 고정투자에 200억위안이나 투입했다. 비야디 한 관계자는 "2009년 자동차 판매량이 48만대여서 2010년 판매목표를 80만대로 늘려 60억위안의 이익을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정부에서 수십억위안을 지원한다면 자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0년에 비야디의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자동차 부문 순이익은 25억위안에 불과했다. 올들어서도 순이익 감소세는 지속되면서 비야디는 약50억위안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유상증자와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IT에서 자동차 전환 대성공이 실패 원인

1995년에 설립된 비야디의 정신 중 하나는 '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키운다'는 '이지우양신(以舊養新)'이다. 2003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당시 유명한 투자회사인 후이리(惠里)그룹의 셰칭하이(謝淸海) 사장이 비야디 지분의 13.5%를 매입할 정도로 자동차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2008년, 비야디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사업에 진출할 때도 2003년의 성공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성공을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2009년 3분기에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매월 평균 3만대에 다다르자 비야디의 신에너지 사업에 장애물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중국 정부도 에너지절약 및 이산화탄소 배출절감 등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비야디의 신에너지 사업에 순풍(順風)으로 작용하자, 비야디는 투자를 과감하게 늘렸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상용화가 늦어지며 매출이 증가하지 않아 비야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 및 시장정보업체인 Wind에 따르면 비야디의 자산회전율은 올해 4.32회로 경쟁회사인 둥펑 창안 자동차보다 낮다. 그만큼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 왕추안푸 비야디 회장. ↑ 왕추안푸 비야디 회장.
CEO 왕추안푸(王傳福)의 독주

2008년, 왕추안푸 CEO가 신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수년 내에 영업이익 3000억위안(51조원)시대를 열자고 제안했을 때 비야디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2003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 이사회에서 몇 명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크게 성공했던 경험 때문에 반대의사를 내기 어려웠다.

비야디가 신에너지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한 뒤 어려움을 겪게 된 뒤 한 관계자는 "태양광에너지 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은 빨라야 2016년경"이라며 "비야디의 신에너지 투자는 너무 빨랐고 규모도 지나치게 컸던 것이 전략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왕추안푸 회장의 측근 중 한 사람도 "비야디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인재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왕 회장은 PWC나 KPMG 등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 돈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며 "대학 졸업 후 비야디 재무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은 입사 후에야 재무실무를 알게 됐고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연구 부문도 사람 수는 많지만 실제 연구능력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야디는 중앙연구원, 자동차엔지니어연구원, 전력과학연구원, 각 사업부의 연구부문 등 연구원이 1만명을 넘는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 대부분이 학부 졸업생인데다 연구원 사이에 유기적 협력관계도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한달 월급이 3000위안(약51만원)에 불과한 연구원이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이 한사람의 능력에 의지해서 발전하기는 힘들다. 왕추안푸 회장은 비야디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왕 회장 자신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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