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에 8000명 왔다더니… 55명만 청약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11.03 05:41
글자크기

- 신규아파트 방문객 뻥튀기 소비심리유발
- 모델하우스 방문 수에 비해 청약률 저조
- 부동산 침체·허술한 집계시스템 등 원인


ⓒ임종철ⓒ임종철


지난달 14일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모델하우스를 연 1060가구 규모의 '모아 미래도&엘가'. 이 아파트를 공급한 모아건설은 개관 후 3일 동안 모두 80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같은 달 18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청약에서는 55명이 접수하는데 그쳤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치만으론 '흥행 성공'으로 비쳐졌으나 정작 청약에선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모아건설 관계자는 "임대료가 저렴해 많은 이가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직접 방문해선 기반시설이 불충분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업체가 밝힌 방문객 수는 많지만 막상 청약은 극히 저조한 신규분양단지가 수두룩하다. 역시 모아건설은 지난달 남양주 별내신도시 A6-2블록에서 문을 연 '모아 미래도' 모델하우스에 개관 초기 사흘간 1만3000여명이 다녀갔다고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순위 내 청약에선 558가구 모집에 98명만이 신청했다. 모아건설의 집계대로라면 방문객 대다수가 구경만 하다간 셈이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한 아파트도 모델하우스 개관 직후 3일간 5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했으나 청약에선 1063가구 모집에 34명이 신청했다.

아파트의 경우 투자금 단위가 커서 모델하우스 방문이 곧바로 청약이나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방문객 집계시스템이 정밀하지 않기 때문이란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휴대폰 통화를 위해 잠시 모델하우스를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 사은품을 받기 위해 2시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아직 없다"며 "이 같은 방문객들까지 모두 집계에 반영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방객수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이기점 이삭디벨로퍼 팀장은 "요즘 웬만한 지역에선 순위 내 마감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청약을 통해 무작위로 동·호수를 배정받지 않고 미분양까지 기다린 후 중도금 할인이나 동·호수 선택 등의 혜택을 누리고자 모델하우스 내 유닛만 보고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양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부풀리는 관행이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많다고 알려지면 '한번 가볼까' 하는 소비자 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분양 흥행을 위해 방문객 수를 늘리는 건 관행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문객 수치가 '뻥튀기'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관행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정확한 분양 흥행 여부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모델하우스 개관 3일 만에 5000∼1만명은 '중박', 1만∼3만명은 '대박'으로 받아들인다"며 "부풀리기를 감안해도 이 기간 내 2만명 이상 방문했다는 것은 실제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