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상승하지 못하는 10가지 고질병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0.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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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학교 뤼수이치(呂隨啓) 경제학대학원 금융학과 교수 지적

중국 증시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1일(지난주 금요일)에 2317.28로 마감되며 3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7년 10월16일, 사상 최고치(6214)를 기록한 이후 5년 넘게 장기하락장이 지속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전인 2001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고 있다. 10년 동안, 투자자들은 2006년~2007년에 잠시 주가상승의 기쁨을 맞보았지만 나머지 8년 이상은 주가 하락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경제의 거울’이라고 불리는 증시는 왜 이처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베이징대학교 뤼수이치(呂隨啓) 경제학대학원 금융학과 교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발표한 ‘중국증시 10대 문제점’에서 ‘경제는 좋은데 주가가 하락하는 중국 증시의 수수께끼’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베이징대학교 뤼수이치(呂隨啓) 경제학대학원 금융학과 교수가 웨이보에 올린 '중국 증시에 대한 10가지 의문'의 일부. 웨이보에서 캡처. 베이징대학교 뤼수이치(呂隨啓) 경제학대학원 금융학과 교수가 웨이보에 올린 '중국 증시에 대한 10가지 의문'의 일부. 웨이보에서 캡처.


첫째 중국증시는 20년 동안 왜 오를 때는 찔끔 상승하고 떨어질 때는 폭락할까. 근본 원인은 주식시장이 자금조달 기능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투자기능은 종속적 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정책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맞춰져 있으며 투자자 이익은 처음부터 소홀히 여겨지고 있으니 주식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봐도 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증시는 왜 경제성장과 함께 상승하지 못하나. 경제성장보다 증시 규모가 훨씬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가는 주식의 가격이어서 수요공급의 법칙을 적용받는데, 주식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니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중국 증시의 불공정성과 비효율성이다. 2008년과 2011년 글로벌 위기 중에서 중국 주가 하락폭은 위기의 중심이었던 미국과 유럽 주가보다 훨씬 컸다. 이는 해외요인이라기 보다 중국 내부 요인 때문이다. 기업의 회계가 불투명하고, 기관들이 증시를 조종하며, 내부자 거래가 일어나도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외부충격이 있을 때마다 크게 흔들린다.

넷째 증시가 약세인데도 신규주식상장(IPO)와 유상증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물량공급이 늘어나면 주가는 당연히 하락한다. 다만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물량공급 확대 자체에 있기보다는 정부 정책이 거시경제 중심으로 돼 있어 기업이익이나 주식시장 같은 미시경제 쪽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 IPO를 잠시 중단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하락했다.

다섯째, 주가가 폭락할 때 감독당국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주가가 오르면 상승제한 조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증시가 너무 많이 올라 거품이 발생하면 주가 자체의 지속적 상승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다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할 때도 시장이 무너지는 위험이 있는데도 감독당국은 보호정책을 취하지 않고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당국이 주가급락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발행과 유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감독을 제대로 하면 시장기능을 원활히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여섯째 상장기업의 배당이 적다는 점이다. 기업이 상장할 때 가격이 높아 상장 전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면 유통시장에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지만 배당을 적게 하기 때문에 주가하락 손실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일곱째, 상장기업이 이익을 속이는 등 불공정한 행위를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회계장부 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 거래에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오를 때 추종매수하고 하락할 때 공포에 질려 매도하는 뇌동매매를 하고 있다. 증권회사들도 투자자보다는 기업이나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여덟째, 중소기업과 벤처회사 주가는 왜 변동성이 큰가. 벤처회사 주식은 ‘고주가 고PER(주가수익비율) 고자금모집 등 3고’가 특징이다. 이는 이익관계자들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익조작, 터무니없이 높은 공모가격, 뇌동매매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홉째, 일반투자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계속 손해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만들어질 때 상장회사와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일반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다. 또 당국의 정책도 일반투자자보다는 상장회사나 기관투자가 위주로 집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열째, 중국 주식은 아직도 투자해서 돈 벌 수 있는 기회와 가치가 있는가. 중국 증시는 기업의 자금조달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일반 투자자들이 돈 벌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낮다. 비록 중국 주가가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영역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여전히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위에서 밝힌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국 주식에 투자할 가치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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