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장(浙江)성 기업가 절반이 ‘도피성 이민’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0.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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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차이나]자녀와 부인 먼저 보낸 뒤 경영 악화되자 떠나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에서 가장 큰 안경기업인 저장신타이(浙江信泰)그룹의 후푸린(胡福林) 회장. 후 회장은 지난 9월22일, 사채(私債)와 은행대출 등 20억위안(340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한 채 야반도주하고 잠적했다. 후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1만여명에 이르고 저장신타이그룹과 관련된 기업도 10여개 사에 달해 후 회장의 잠적은 원저우 재계 및 금융계에 큰 충격파를 던져주었다. 후 회장은 최근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과 산업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저장성이 기업인들의 도피성 이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과학원의 ‘세계 정치 및 안전 2010년판’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세계 각국에 4500만명의 교민을 갖고 있어 최대의 이민 수출국이다. 이민을 떠나는 3개 주요지역은 베이징 광저의 저장 등이며 이중 저장성의 기업인을 뜻하는 저상(浙商)의 2세들이 이민의 주력군이 되고 있다.



이우(義烏)시에서 의류가공업을 하고 있는 샤오앤(肖艶, 가명)은 원저우(溫州)에 있는 이민대행업체에 맡겨 캐나다 이민수속을 밟고 있다고 경제월간지 중궈징잉빠오(中國經營報) 최신화가 보도했다.

샤오앤은 “6년 전에 사업하던 형 두 명이 이미 이민을 준비했고 자기 큰 애도 캐나다에 살고 있으며 둘째도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자녀 둘을 먼저 캐나다로 보낸 뒤 자신도 뒤따라갈 예정이었는데 사업하다보니 늦어졌지만 최근 들어 경영에 위기가 닥쳐 이민을 서두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샤오앤이 경영하던 회사의 자본금은 1000만위안(약17억원). 저장성에서는 소기업에 속한다. 그는 “평소 유동자금은 모두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만위안으로 충당했는데 최근 들어 원재료 값이 오르고 임금도 인상되면서 이윤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은행에서도 대출상환을 독촉하고 있어 골치 아파 사업을 접고 이민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사업하던 한 친구는 사채(私債) 놀이를 했었는데 상대방이 사채를 갚지 않고 스스로도 은행 대출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미국 비자를 받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업을 하던 다른 친구도 최근 들어 손실이 심각해지자 가족과 재산을 캐나다로 빼돌리고 도망갔다”며 ‘도피성 이민’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항저우(杭州)완스리(萬事利)그룹의 이지앤화(李建華) 사장은 얼마 전에 “저장성 관련부서의 통계에 따르면 저장성에서 납입자본금이 1000만위안 이상인 기업주(主)의 24%가 이미 해외이민을 위한 수속을 마쳤으며, 32%는 현재 이민을 위한 수속을 밟고 있다. 절반이 넘는 56%의 소규모 저상(浙商)은 이미 저장성 사람이 아니다”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밝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저장성 출입국관리국 등 관련부서는 리 사장의 이런 발언을 부인하고 있으며 리 사장 본인도 웨이보에 글을 올린 이후 일체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저우더원(周德文) 원저우중소기업협의회장은 “원저우에 있는 기업의 상당수 기업인이 ‘외국인’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들의 사업은 해외로 옮겨가지 않고 원저우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이언투자그룹의 한 관계자는 “2005년부터 투자이민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민을 떠나는 대부분은 기업주”라며 “이들은 먼저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을 보낸 뒤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인도 보내고 나중에 자신도 떠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캐나다의 밴쿠버나 토론토에 이민 가겠다며 문의하는 사람이 2000명 이상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문의하는 대부분은 이우 원저우 타이저우(台州)에 있는 기업주”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납입자본금이 5000만위안(85억원)이상, 자산이 10억위안(1700억원)인 기업주가 약30%나 차지하고 있다.

저장성의 여러 이민중개 회사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현재 저상들이 많이 이민가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이다. 캐나다는 80만 캐나다 달러(약8억5000만원), 호주는 80만호주달러(7억7180만원), 싱가포르는 250만싱가포르달러(21억800만원) 이상 투자한 뒤 1~2년이 지나면 영주권(그린카드)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한편 저장성 공상국의 통계에 따르면 저장성에서는 현재 7만개 이상의 사기업이 경영되고 있으며 총자본금은 1조3000억위안(221조원)에 이르고 있다. 다만 돈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한 도피성 이민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야반도주한 기업주가 200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도피성 이민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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