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마키아벨리식 경영…'위험한 교훈'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10.18 14:40
글자크기

포브스 칼럼 "지나친 세세함, 비밀주의, 이분법적 태도 등 다른 곳에선 적용 안돼"

스티브 잡스의 마키아벨리식 경영…'위험한 교훈'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사진)가 세상을 떠난 지 열흘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전혀 식지 않고 있다. 전기 등 수많은 출판물이 쏟아지고 있으며 언론의 특집·기획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찌감치 신화가 된 인물인 만큼 그의 재능과 헌신을 되새기는 내용들이 넘치지만 과잉적인 영웅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성공의 결과를 낳은 잡스의 경영 방식이 다른 기업이나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공동저자이자 경영 리더십 컨설팅 회사 데블스애드버킷그룹 이사인 춘카 무이는 17일(현지시간)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누구나 잡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잡스가 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경영자들이 잡스의 경영 스타일을 흉내 낸다고 잡스가 될 수 없고 자신의 회사를 애플로 만들 수도 없다"며 "잡스의 방식에는 위험한 교훈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잡스에게서 배워 현실에 적용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교훈'은 지나친 세세함, 강박적 비밀주의, 이분법적 태도 등이다.

①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잡스는 시장조사보다는 자신의 직관을 중시했다. 그는 지난 1985년 플레이보이지 인터뷰에서 "우리를 위해서 맥 컴퓨터를 만들었다. 대단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다. 밖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후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잡스가 옳을 수 있지만 이는 맥이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창조적인 제품들에 한정된, 매우 좁은 카테고리에만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업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잡스는 세계적 수준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로부터 보조를 받았다. 자신의 독창적인 통찰을 그들로부터 뒷받침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잡스처럼 재능이 있거나 주변에 뛰어난 크리에티브 팀이 없다면 시장조사를 하지 않거나 고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②강박적인 비밀주의

잡스가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전까지 애플의 신제품은 그 내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이같은 잡스와 애플의 비밀주의는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리스크도 갖고 있다.

잡스의 건강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이 문제를 미디어와 투자자들에게 무려 8년을 숨겼다. 지난해까지 애플 이사회 이사였던 제롬 요크가 생전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표현할 정도로 애플의 비밀주의는 심했다.

물론 애플은 '투명성'에 대한 요구 압력을 견딜 수 있었다. 제품들이 매번 소비자들을 감탄시켰고 투자자들도 그 결과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잡스에게는 예외가 허락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옹호 받지 못했다면 잡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플 주가의 폭락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③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최근 잡스를 회상하며 "나는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지만 잡스는 내가 믿지 않고 있는 것들을 설득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잡스는 누구든, 무엇에 대해서든 설득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지식, 개성, 고집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능력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왜곡장'이라 불리기도 했다. 1980년대 애플 직원들은 잡스가 분명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또 때론 협박을 통해서 성취를 일궈내자 이같은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잡스가 아닌 다른 이들이 '현실왜곡장'에 들어서면 웃음거리 밖에 안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현실에 맞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

④지나친 세세함

미 경제지 포천은 잡스를 모든 중요한 결정을 홀로 내리는 '기업 독재자'로 묘사한 바 있다.

실제로 잡스는 제품 설계 전반을 통제했다. 애플 스토어의 상징인 유리로 된 나선형 계단은 잡스가 특허까지 갖고 있다. 심지어 애플의 셔틀버스 디자인과 카페테리아 메뉴, 회사 유니폼에까지 관여했다.

이처럼 지나치게 세세한 관리 방식이 과연 어떤 기업에나 효과적일 지 의문이 남는다.

⑤'영웅' 아니면 '돌머리'

20대 때 '핫메일'을 키워낸 스티브 저베슨 등 잡스의 이전 동료들은 잡스가 상대방을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확실히 구분지어 평가하고, 그 평가도 매일 오락가락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잡스의 그런 태도를 '영웅/돌머리 롤러코스터'(hero/shithead roller coaster)라고 불렀다. 또 그같은 태도가 상대방을 종속시켰다고 한다.

르네상스 말기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등을 통해 정치와 전쟁에서 목적이나 결과가 수단과 과정을 정당화한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같은 접근을 의인화했다고 볼 수 있다.

롤링스톤지 기사에 따르면 애플 초창기 멤버였던 제프 굿델은 잡스가 거친 개성과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은 잡스의 이같은 단점을 존재감으로 인정했다. 잡스는 다른 여러 훌륭한 장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스가 성공했다고 누구나 그와 같은 경영 방식을 따라서는 안된다. 잡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동료들과 소원해지고 일터에 불만만 넘치게 할 수 있다. 잡스가 아닌 이상, 누구도 잡스가 될 수는 없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