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은행순익, 금고 비축하라

머니투데이 박재범·박종진 기자 2011.10.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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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적용 따른 준비금 제도 정비, "실물위기 온다" 강도 높은 선제적 대응 주문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은행의 순이익을 위기대응용 대손 준비금과 외화 유동성 확보 자금으로 활용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금융 불안이 장기화돼 실물부문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은행 순익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을 감안, 배당을 가급적 최소화 하도록 지도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일 "은행이 십수조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안 좋은 상황에 대비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 은행들에 '국제회계기준(IFRS) 대손충당금 방법론 및 대손준비금 연구검토'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중 은행들과 대손준비금 적립과 관련 각종 기준을 정비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시중은행들은 IFRS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다. IFRS 방식은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만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어 기존에 적립하던 방식에 비해 대체로 액수가 작다. 이 차이를 이익에서 별도로 분리해 적립하는 방안이 대손준비금 제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 따라 발생한 손실을 규정하는 기준부터 예상손실을 산정하는 방법 등이 제각각"이라며 "보수적으로 기준을 설정해 대손준비금을 많이 쌓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손준비금은 대손충당금과 달리 당기순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배당은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이 관계자는 "순익 규모와 별개로 지금은 위기상황인 만큼 준비금 내부 적립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많은 이익을 거둔 만큼 준비금도 충분히 쌓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은행의 이익구조를 분석하고 위기대응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과 맞물린 조치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들과 공동으로 실무 작업반을 만들어 연내 대손준비금 제도정비를 마칠 예정이다.


특히 내년부터 실물부문에 타격이 오면 부실채권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순이익을 가능한 내부 유보자금으로 사용하고 배당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당을 아예 막을 방법은 없지만 최소화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대규모 배당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더 확대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해 운용하다보면 역마진이 생길 수도 있는데 천문학적 이익을 거뒀으니 이같은 조달비용도 감당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와함께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이익추구 활동 자체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은행이 공적 역할에 걸맞게 이익을 사용하도록 독려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6일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은행들이 상생과 외화유동성 확보 등에 더욱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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