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헤지펀드들 두달 수익률 7%대 고공행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10.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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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을 고수하던 몇몇 헤지펀드들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대 수익을 올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 대형 헤지펀드 회사인 브레반 하워드, 캑스턴 어소시에이츠, GLC 파트너스 등이 지난 8~9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헤지펀드 거물 존 폴슨을 포함한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브레반 하워드는 240억달러 규모의 대표 펀드가 지난 두달간 7%의 수익을 올렸고 캑스턴 어소시에이츠는 50억달러 규모의 대표 펀드가 같은 기간 6%의 수익을 거뒀다.



골드만삭스의 스타 트레이더 드리스 벤-브레임과 채권 운용사 핌코 출신의 자밀 바즈가 운용하는 GLC의 20억달러 아틀라스 매크로펀드는 두달간 16.6%의 고수익을 기록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MSCI 월드지수는 7.5% 하락하고 헤지펀드 업계는 평균 6%의 손실을 입었다.



GLC의 벤-브레임과 바즈는 "정책 담당자와 기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신뢰 상실"이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캑스턴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이자 수석 투자 책임자(CIO)인 앤드류 로는 수년간 지속돼온 장기 침체장에 시장이 적응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서도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 영국 어디에나 적용된다"고 밝혔다.

최근 수주일간 비관적인 포지션을 취했던 폴 튜더 존스의 BVI 글로벌 펀드와 콜름 오쉬아스 코맥 캐피탈 등도 지난 8월 이후 3%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1억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퍼멀그룹의 오마르 코드마니 사장은 "헤지펀드 성과를 주도하는 것은 위험 회피 거래, 즉 안전자산 선호 거래"라며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미국과 독일 국채, 미국 달러에 대해 매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이처럼 안전 위주의 전략이 수익을 거두는 모습이 3년 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로존 당국이 은행에 자본을 추가 투입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는 등 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일부 잡아가자 비관적인 헤지펀드들이 최근 들어 중단기적으로나마 신중하게 균형 잡힌 관점으로 돌아가려 시도하고 있다.

캑스턴의 로는 유럽에서 정치적 공조가 이뤄지면 "안도 랠리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경제 성장 전망은 암울하며 유럽에서 저성장을 해소할 만한 정책적 제안은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해 장기적으로는 위험자산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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