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의 ‘원저우 일병 구하기’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0.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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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워치]국경절 연휴기간 원저우 기업인들과 私債해결 좌담회

원자바오 총리가 원저우를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저장성 샤오싱현을 찾아가 사채문제 등에 대해 현지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원저우를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저장성 샤오싱현을 찾아가 사채문제 등에 대해 현지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원저우(溫州)는 도전 및 창조정신이 강해 중소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중국의 개혁개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원저우 기업인들의 창업 및 경영 경험을 듣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분의 의견과 건의를 들으러 국경절 연휴지만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4일, 원저우시에 있는 (주)바이시앤더후스(百先得服飾)를 방문해 현재 기업인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국경절 연휴 기간이지만, 원저우에서 최근 사채(私債)를 상환하지 못해 잠적하거나 자살하는 사장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원 총리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기업인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원저우에 있는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과장된 것이 아닐 정도로 경영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졘핑(葉劍平) (주)바이시앤더후스(百先得服飾)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원저우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2가지를 건의하겠다. 하나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강화해주는 것, 즉 막힌 대출을 확대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원저우의 사채자금은 중소기업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채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는 양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원 총리는 “원저우 발전뿐만 아니라 당면한 문제 해결능력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고 전제하고 “정부도 대출과 세금, 양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조만간 원저우의 기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채자금 양성화에 대해선 “사채자금이 많다는 것은 민영기업의 자금수요가 크다는 것을 반영해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채를 허용한다면 사회적 위험이 더 커지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쭈어밍(章作銘) (주)저장자물쇠(浙江通用鎖具) 회장이 말을 받아 “실물경제, 즉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총리는 “거시경제 조정을 위한 금융긴축 정책과 금융서비스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출 과정 중에서 은행에 불합리하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위해선 중소기업도 어느 정도 고금리는 견뎌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저우더원(周德文) 원저우시 중소기업촉진회장은 “금융시장을 대외에 개방해 민간자금이 중소기업을 위한 소규모 전문은행을 설립하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원 총리는 “소규모 민간은행을 설립하는 데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를 없애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중국 및 원저우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호하다. 중국은 2008년 위기도 훌륭히 극복했다. 원저우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충분히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원저우시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정적 경영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루완창춘(阮長春) 루이신(瑞新)그룹 회장은 “지난 9월말에 사장이 잠적한 신타이(信泰)그룹에 제공한 5600만위안(95억2000만원) 담보를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자금사정이 어렵다. 다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정부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원 총리는 “원저우에 오기 전에 원저우의 사채시장 현황 등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했지만 루완 회장이 제기한 문제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면서 “사채를 쓴 기업 사장이 잠적했다면 담보회사로서는 당연히 담보권을 행사해 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것이지만 법 규정에 따라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등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기업의 자금 문제는 정부가 나선다고 말끔하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부도 위기에 몰릴 정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원저우 중소기업은 대부분 단순 임가공 기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및 경제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원저우 일병 구하기'에 나선 원자바오 총리가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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