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수상한 '선천면역' 의미는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10.0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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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선천면역체계 규명한 학자 3명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신체면역체계를 연구한 학자 브루스 보이틀러(미국), 율레스 호프만(룩셈부르크), 랄프 슈타인만(캐나다) 등 3명이 선정됐다.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노벨상 수상자들은 면역체계 활성화에 대한 핵심원칙을 발견해 면역체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시켰다"며 "이들의 연구는 각종 질환 예방법의 개발과 암·염증성 질환·감염에 대한 치료를 발전시키는데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생물의 생존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진균, 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의 침입을 지속적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면역기전은 병원체가 침입할 때 이를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생물체에 존재하는 가장 정교한 신호전달 체계다.

크게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면역에 관한 연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침입 병원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적응면역에 집중돼 있었다.



선천면역은 병원체가 침입한 직후부터 적응면역이 작동하기 직전까지 작용해 병원체가 체내에서 확산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연구자 3명은 세포에서 병원체를 인지하는 단백질인 'Toll-Like Receptor'를 규명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레지오넬라'라는 병원체에 감염된 환자들 중 일부에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TLR'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을 규명해냈다.

주철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를 계기로 선천면역이 단순한 염증반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 조절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후 많은 연구자들의 후속연구로 적응면역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선행조건이 인터페론의 분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천면역의 중요성이 재평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의 율레스 호프만 교수는 선천성 면역체계를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밝혔다. 우리 몸이 병원균을 감지하고 방어하는 면역체계 활성화 수용체를 발견한 것이다.

미국의 브루스 보이틀러 교수는 율레스 호프만 교수와 같은 면역체계 활성화 수용체를 밝혀냈지만 쥐실험을 통해 입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선천면역의 기전이 밝혀지면 병원균 감염은 물론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정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두 과학자가 밝혀낸 면역체계 활성화 수용체는 각종 감염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이 수용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상 면역반응을 보이는 류마티스 질환과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캐나다의 랠프 슈타인만 교수는 외부의 감염으로부터 제일 먼저 반응하는 수지상 세포를 발견, 생체 내 중요기능에 대한 가장 많은 단서를 제공했다.

김태진 성균관의학대학 병리학교실 교수(면역학)는 “수지상세포 발견은 이식수술 시 인체의 면역 거부와 관계되는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했다"며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슈타인만 교수가 발견한 수지상세포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한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전립선암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정도로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는 상태다.

김헌식 울산의대 대학원 의학과 선천면역학 교수는 "이들은 모두 병원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세포를 발견하고,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밝혀 치료제 개발까지 가능하게 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많은 의학자들이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루스 보이틀러 교수는 1957년 12월 29일생으로 시카고 일리노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의 면역학자이자 유전학자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라졸라에 위치한 유전학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교수 겸 회장을 맡고 있다.

율레스 오프만 교수는 1941년 8월2일 생으로 룩셈브루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분자세포생물학 연구소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랠프 슈타인만 교수는 1943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보이틀러와 호프만 교수는 상금 1000만크로네(17억2000만원)의 절반인 500만크로네를 수상하게 됐다. 슈타인만은 수지상세포와 관련한 연구로 나머지 절반의 상금을 받게 된다.

애초 노벨 생리의학상 분야에선 백혈병 치료제나 줄기세포 연구자가 유력후보로 꼽혔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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