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18년..내 인생 최대 실패"..한 꾸민 '눈물의 퇴출기'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0.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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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차이나]1993년부터 18년 동안 2억400만원 손실

"주식투자 18년..내 인생 최대 실패"..한 꾸민 '눈물의 퇴출기'


“중국 증시여 안녕. 1993년부터 18년 동안 꾸민(股民, 주식투자자)으로 살아왔지만 어제(9월27일) 주식을 모두 팔고 증시를 떠납니다. 올해만 55만위안(9350만원)의 손해를 봤고, 18년 동안에 120만위안(2억400만원)을 잃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 2400선이 붕괴된 지난 9월28일, 중국의 웨이보(微博)에 ‘차이피아오장삥(彩票姜兵)’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이런 사연을 올렸다. 장삥(姜兵)씨는 상하이종합이 2400선이 무너진 27일에 주식인생을 마감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종합은 지난 9월27일, 2415.05에 마감됐지만 장중 한때 2395.16으로 떨어져 2400선을 내줬다. 이튿날에는 장중 한때 2430.27까지 오른 뒤 하락으로 반전돼 결국 2392.06에 마감됐다. 이후 29, 30일 모두 24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더 떨어졌다.

장삥 씨는 ‘중년 중산층 중간계층’을 뜻하는 전형적인 ‘싼쭝(三中)’에 속하는 상대적으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꾸민(股民, 중국에서는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거나 주식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을 꾸민으로 부른다)’으로서는 ‘실패한 인생’을 마감했다. 그 스스로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실패는 주식투자”라고 자인할 정도.



장삥 씨의 ‘주식인생 마감 사연’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중국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제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웨이보는 허용하고 있다)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이 올라온 지 하루만에 3000건 이상 퍼가기가 이뤄졌으며 댓글도 2000개 이상 달렸다.

장삥 씨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3년. 그가 근무하고 있던 싱가포르의 한 대형 컴퓨터 회사가 상하이에 있는 션인(申銀)증권에 컴퓨터를 납품하게 됐고, 당시 션인증권의 사장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꾸민’이 됐다. 1995년에 렌샹으로 옮긴 뒤 2002년에는 션저우디지털(神州數碼)에 들어갔다. 그동안 연봉이 많이 올랐다. 그는 “담배와 술도 끊고 아껴 저축한 돈과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 및 스톡옵션을 현금화 한 것 등으로 모두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투자했는지, 구체적 숫자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림짐작으로 따져보면 “2008년의 주가하락과 올해 주가 급락 때 등을 감안해보면 18년 동안 120만위안은 날렸다. 올해만 55만위안 손해봤다”고 털어놓았다. “45년 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볼 때 주식투자를 시작해 꾸민으로 살았던 지난 18년 동안, 주식투자가 가장 큰 실패였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이공대학 관리공정학과를 졸업한 장삥 씨. 그는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화롱(花榮) 단빈(但斌) 쟈오샤오윈(趙笑云) 등 날고 긴다고 하는 주식투자 전문가들의 강연회에 쫓아다니고 그들이 쓴 책을 거의 모두 사서 읽었다. 하지만 장삥은 그들이 제시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2000년부터 중국에서도 가치투자 열풍이 불었다. ‘좋은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Buy & Hold 전략’이 돈 버는 방법이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장삥 씨가 가장 많이 손해를 본 주식은 바로 ‘우량주식’이다. 그는 “자오샹(招商)은행, 우량주 아닙니까? 실적도 좋고 역사적 저점에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2.6배였지요. 현재 PER이 7.2배이니깐 사면 돈 벌지 않을까요?”라고 물은 뒤 “주가의 저점은 없습니다. 더 낮은 저점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스스로 대답한다. “가치투자는 상장회사 회계가 투명하지 못한 중국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대는 언제 다시 돌아올 건가요?(何日君再來)”

장삥 씨가 ‘주식시장을 떠난다’는 글을 웨이보에 밝혔을 때 이런 질문이 댓글로 올라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할 때 대만 출신의 여가수, 덩리쥔(鄧麗君)의 인기가 초절정을 이루면서 ‘낮에는 덩샤오핑이, 밤에는 덩리쥔이 중국을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때, 덩리쥔이 불렀던 노래 제목이 바로 “그대는 언제 다시 돌아올 건가요?(何日君再來)”다.

장삥 씨는 이 질문에 대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식투자로 손실을 많이 봤습니다. 그 때 가족들이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했지요. 하지만 요행심리가 남아서 한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꾸민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주식투자로 돈 벌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주위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친구 가운데 90%가 손해를 보고 있다”며 “어떤 친구는 나보다 손실규모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18년 동안 꾸민으로 살았던 장삥 씨가 증시를 떠났다. BMW 2대 값을 잃고 떠난 장삥 씨에게 보내는 소리 없는 한성(恨聲)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대는 언제 다시 돌아올 건가요?(何日君再來)”라며 장삥 씨를 기다리는 꾸민들은 사랑하는 애인이 돌아오는 것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 그동안 손해를 회복하고 돈벌 수 있기를 머리가 빠지도록 학수고대(鶴首苦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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