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나도 모르게 친정엄마를 닮았었네…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1.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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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나도 모르게 친정엄마를 닮았었네…


만 25개월인 형민이(가명) 엄마는 아이가 과자를 먹고 흘리는 것을 보면 너무나 화가 난다고 한다.

아직 아기니까 당연히 흘리고 먹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지저분해진 집안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화장실에서 과자를 먹게 하거나 지저분해지기 쉬운 과일류는 아예 안 먹이는 경우도 많았다.



엄마는 스스로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했다. 형민이 엄마는 사회생활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뭐든지 잘 해나가는 엄마였는데, 유독 아이를 키우면서 이성적으로는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는 감정에 휩싸인다고 한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 시절 친정 엄마가 매우 깔끔한 것을 강조하던 분으로 음식을 흘리고 먹으면 회초리로 맞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자신도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이 떠오르면서 아마도 형민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친정엄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했다.



형민이가 음식을 흘리면 불안해지면서 왜 내가 치워야 하나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화가 난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혼나고 다 치웠는데, 이제 형민이가 더럽힌 것도 내가 치워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어서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형민이 엄마는 이러한 것을 깨닫고 친정 엄마와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풀어내는 과정을 겪었다. 그 이후에는 훨씬 마음이 편해지면서 형민이가 음식을 흘려도 화가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형민이 엄마의 경우처럼 미혼일 때는 잊어버리고 살다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신의 친정 엄마에게서 받았던 무의식적인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 등이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에 더욱 감정 반응이 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자식이 예쁘지가 않다. 스킨십을 하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고 하거나, 형민이 엄마처럼 어떤 특정한 일에 쉽사리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내면에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던 마음의 상처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친정 엄마의 애착 유형과 엄마의 애착유형의 일치율이 70~80%에 이른다고 한다. 애착 유형은 자녀를 양육할 때 기본이 되는 성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많은 육아서적과 정보를 통해서 양육에 대한 지식은 얻을지언정 아이에 대한 감정이나 애착 등은 자신의 친정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의 이러한 점을 모르고 지내게 되면 결국 내 아이에게도 이러한 양육에 대한 유산을 물려주기 쉽다는 것이다. 괜히 짜증이 나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것도 화가 치밀게 되는데 뚜렷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배출하게 되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내가 만약 친정 엄마로부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엄마로부터 받았던 부정적인 정서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잘 살펴봐야 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친정 엄마로부터 부정적인 경험을 받았던 엄마들의 75% 정도는 스스로 극복을 할 수 있지만, 25%정도는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였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와의 양육에서 어떠한 감정적인 문제가 되풀이되고, 스스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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