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연휴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어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1.09.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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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파워엔진]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

↑ 올 추석연휴에도 교대로 당직출근을 해야 하는 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 직원들. 맨 왼쪽이 김강철 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올 추석연휴에도 교대로 당직출근을 해야 하는 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 직원들. 맨 왼쪽이 김강철 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18년째 연휴라고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연휴에도 토요일과 연휴 마지막날 2일을 출근해서 24시간 동안 근무해야 합니다. 우리 팀 직원들의 경우 3교대로 연휴 내내 돌아가면서 자리를 비우지 않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남들은 일찌감치 짐을 꾸려 고향으로 향했을 법한 시간에 김강철 한국거래소 IT품질보안팀장(42)을 만났다. 평시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실에 가보니 대형 화면 16개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매매지원에서 수신지연이 발생했다'거나 '매칭엔진에서 회원송신 처리지연이 발생했다'거나 '플러딩(Flooding), 브루트포스(Brute Force) 등 해킹공격 의심' 등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떴다.

IT품질보안팀 소속의 침해사고 대응팀(CERT) 직원들은 모니터를 주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IT강국 한국의 증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는 이들의 대응이 얼마나 신속정확히 이뤄지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일하는 동안에는 IT장비들이 쉴 틈이 없기 때문에 휴일이면 거의 항상 IT장비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커들의 공격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모를 일. IT품질보안팀 팀원들은 이번 추석연휴에도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

연휴 내내 쉰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언제든 상황이 발생하면 휴가를 갔든 집에서 자고 있든 밤낮 가리지 않고 서울 여의도 사옥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김 팀장은 말했다.


심지어 비상연락망에는 직원 본인의 휴대폰 번호, 자택 전화번호 외에 고향집 전화번호도 남겼다. 만일의 상황에서 본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를 대비한 조치다.

남들보다 연휴도 하루 일찍 끝난다. 연휴기간 가동을 멈췄던 시장운영 시스템이 이상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연휴 마지막 날 주요 부서 인원들이 대거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자동화된 시스템이 이상징후 여부를 걸러내 통보해주면 사람이 직접 이상여부를 판별한다"며 "해킹시도 등으로 확인될 경우 기술인력들이 투입돼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또 "매매거래 시스템은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해킹시도가 잦지 않다"며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등을 공격하는 행위가 간간히 발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3년간 한국거래소 IT시스템에 대한 공격은 총 5번 있었는데 그 중 두 번이 올해 5월에 발생했다. 이 중 한 건은 접속트래픽을 급증시켜 시스템 마비를 초래하는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이었고 나머지 한 건은 해킹(내부정보 획득) 시도였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IT품질보안팀 전원이 출근해 신속한 대응을 실시한다.

잦은 호출과 연휴다운 연휴를 보내지 못하는 데 대해 가족의 불만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이제 가족들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주는 분위기"라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저보다도 팀내 총각 직원들이 걱정입니다. 주말, 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보니 애인을 만들거나 데이트를 할 시간이 없어서 결혼이 무척 늦은 편입니다. 다행히 저는 일찍 결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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