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 신화 최인선 전 감독, 대장암 극복 신화로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09.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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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3기 대장암 이겨낸 최인선 프로농구 SK나이츠 기술고문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재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최인선 프로농구 SK나이츠 기술고문은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 받은 후 1년 간 몸을 추스르고 2007년 열린 농구인 골프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완치될 때까지 숨고 피하는 것보다는 모두 앞에 나서서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프로골퍼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농구계 신화 최인선 전 감독, 대장암 극복 신화로


지난 1일 대장암학회 간담회에서 만난 최 기술고문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아 대장암 사실을 알리기 꺼려했어요. 하지만 영원히 감출 수 있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농구인골프대회 우승을 목표로 운동했죠. 스스로 투철한 승부수를 띄운 겁니다."



최 고문은 2005년 대장암 3기(5cm 정도의 혹)에 암이 직장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2004년부터 종종 변에 혈흔이 보였고 잔변감도 느껴졌지만 가벼운 치질 정도로 생각했다. 결국 종양과 직장의 일부분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5개월여 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수술 후 장루를 차고 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치열한 운동과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으로 수술 후 5년의 시간을 견뎠다. 이제는 재발의 증거가 없는 완치된 상태로 최종 판정받았다.



최 고문은 감독시절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농구계의 살아있는 신화다. 1988년 실업농구 감독에 취임해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을 거머쥐고, 프로농구 기아엔터프라이즈(1996년)와 SK나이츠(2000년)도 우승의 반열에 올려놨다. 2004년까지 SK나이츠 감독으로 활동했다.

이처럼 현역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환자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픈 것보다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단다.

직장에까지 암이 전이돼 식사 후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해 2~3시간 이상 움직여야 하는 고속도로나 어려운 사람들과의 미팅이 있는 자리는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이겨내기 위해 술부터 끊었다. 한창때는 승부에 대한 압박을 이기기 위해 술의 힘을 빌렸지만 지금은 건배하는 용도로만 쓴다. 최 고문은 "과음만큼 낭비가 없다"며 "술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마셔야지 술이 술을 먹는 단계까지 가는 건 무모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식사는 따지지 않는다. 고른 섭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원에 가서 몸에 좋다는 것만 해먹는 건 사회생활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고 봤다. 최 고문은 "주치의도 가리지 말고 먹으라고 한다"며 "대신 많이 먹거나 짜게 먹는 것은 피한다"고 말했다. 고기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적절히 먹어야 영양에 좋단다.

운동은 수술받은 다음날부터 시작해 매일 아침 지속하고 있다. 최 고문은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아침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야채나 채소, 닭가슴살처럼 먹기 싫지만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아침에 먹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해설도 하고 특강도 다니고 팀 기술 고문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대장암 홍보대사도 시작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농구감독직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최 고문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목표를 갖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암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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