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 '호객'경쟁...흔들리는 펀드매니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1.08.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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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⑥운용 평가 시스템]

JP모간의 코리아트러스트펀드는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일부 주도주 중심의 강세장이 전개되면서 소수 대형주에 투자하는 코리아트러스트펀드가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찾는 투자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 펀드 자금도 '빈익빈부익부'



상반기 코리아트러스트펀드가 1조3000억원을 모으는 동안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6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리아트러스트펀드의 최근 모습은 인사이트펀드의 초창기를 연상시킨다. 박현주 회장의 펀드 신화가 한창이던 2007년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보름 만에 4조원을 끌어 모았다. 당시 인사이트펀드를 비롯한 미래에셋펀드는 시중 자금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 같은 편식을 부추기는 건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사다. 판매사(또는 판매창구) 대부분이 그때나 지금이나 이른바 잘 나가는 펀드만을 추천 리스트에 올린다.

판매사들은 펀드 판매시 고객들에게 1개월, 3개월의 단기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주로 추천한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선택이다.

판매사에 보내지는 펀드 수익률은 매일매일 업데이트된다. 잠시만 수익률이 부진해도 판매사의 추천 리스트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계열사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일부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있지만 수익률이 엇비슷할 때 얘기일 뿐이다. 수익률이 눈에 띄게 차이 나면 가차 없이 퇴출이다. 계열사 펀드를 가장 앞에 내걸고 싶어도 수익률이 나빠 고객에게 다른 상품을 내밀 수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판매사도 있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운용역)의 스트레스 정도가 운용사 직원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한 우선관리군으로 분류된 26명(전체 직원 173명) 중 운용역이 18명이나 됐다.
펀드 판매사 '호객'경쟁...흔들리는 펀드매니저


◇ 단기 수익률 집중은 '시장의 적'

단기 수익률 스트레스는 때론 시장 패닉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단기 수익률에 치중한 나머지 동시에 특정 종목에 펀드 자금이 쏠리기도 빠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커질 때 더욱 자주 나타난다. 수익률 방어를 위해 긍정 전망을 갖고 있는 종목일지라도 당장 주가가 빠지면 팔아버릴 수밖에 없다. 신념을 지키는 것보다 오늘 수익률을 지켜내는 게 더 중요하다.

더 심할 경우, 불법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해 금감원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시세 조종을 한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를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장 마감 직전 특정 종목에 반복적인 매수 주문을 냄으로써 해당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려 펀드 수익률을 높였다.

단순한 '윈도드레싱'으로 보긴 무리한 측면이 있다. 윈도드레싱이란 펀드매니저가 평가를 앞두고 특정 종목을 매수 또는 매도해 인위적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윈도드레싱은 오르는 종목엔 추종 매수세가 몰리고 내리는 종목엔 매도세가 집중되므로 흔히 종목별 주가 편차가 확대된다.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수익률에 달려 있다. 펀드 수익률 평가 주기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윈도드레싱의 유혹도 자주 찾아올 수밖에 없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와 고객 모두 단기 수익률을 중시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이 힘들어질 때가 많다"며 "장기 투자라는 대원칙을 갖곤 있지만 단기 수익률 관리를 위해 운용원칙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 수익률에 집착할 경우, 직관적 투자 결정이 잦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투자자에게 손실이 돌아간다"며 "펀드 투자 등을 결정할 때 최소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을 먼저 봐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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