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국민연금 극약처방 받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1.08.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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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응 제공 등 비리 근본 차단할 내부 통제 강화안 발표…증권사 원스트라이크아웃

내년 1월부터 국민연금에 로비를 제공한 증권사는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곧바로 거래를 제한한다. 증권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국민연금 직원은 금융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또 국민연금 거래기관의 선정기준 및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슈퍼 갑(甲)'으로 불리며 그동안 증권가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둘러온 국민연금이 내부통제강화라는 극약 처방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향응 직원 금융계 완전 퇴출=김강립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맡겨둔 공적기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그동안 국민연금 직원들에게 부여한 과도한 재량권을 최소화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 한다"고 밝혔다.



방안에 따르면 향응을 제공한 거래기관은 물론 향응을 받은 직원도 함께 퇴출시키는 엄격한 제재안이 포함됐다. 직원 스스로 높은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는 것.

복지부는 금품수수, 향응 등 기금 운용과 관련 부정행위로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은 연금 직원을 채용하는 금융기관은 최장 5년간 국민연금과 거래를 제한받도록 했다. 비리 직원들을 사실상 금융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에 대해 로비를 제공한 증권사도 적발 즉시 최장 5년간 거래를 제한받는 '원스크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2회 적발시 가중제한, 3회 적발시 영구적인 거래제한 조치를 받는다.


거래 증권사를 선정 절차도 투명하게 만들어 국민연금 임직원들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를 없앴다. 거래증권사 선정위원 7명 중 4명을 민간 위원으로 선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민연금 직원들이 친소관계에 따라 평가 점수를 조작, 거래증권사를 부당하게 선정해온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

◇국민연금 도대체 뭐가 문제?=국민연금은 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주식운용자금을 거래증권사 및 위탁운용사에 맡겨 운용하는 과정에서 증권가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증권사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식을 위탁받기 위해 접대를 일삼아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운용자금을 조만간 80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증권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감사원은 지난 7월 전면 감사를 통해 국민연금 임직원들이 개인적 친분 등을 통해 거래 증권사 평가결과를 조작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증권사들로부터 향응을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강도 높은 방안이 마련된 배경이다.

국민연금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로 간주해 사기를 떨어뜨릴 경우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내부통제 강화에도 우수인력 유치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연기금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 하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으며, 도덕성만 담보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박봉이지만 1인당 2조~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경력을 쌓기 위해 한번쯤 연기금을 경험하려는 고급 인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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