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천 보금자리 축소안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8.2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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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과천 보금자리 축소안의 속사정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내 보금자리주택 축소방안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떨떠름하다.

국토부는 당초 계획한 보금자리주택 수(9641가구)를 절반 수준인 4800가구로 줄이는 등의 방안을 정부와 합의했다는 과천시의 발표에 대해 "최종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원안에서 나름대로 양보해준 것인데 결과를 과천시에서 서둘러 일방적으로 발표한 모양새를 취해서다. 이를 두고 국토부 담당자는 "검토했던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정해진 게 없다"며 "국토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러 정황상 과천시의 발표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국토부도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추진하려면 과천시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또 과천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 국토부도 과천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결국 이번 혼선은 과천시가 확실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도장'을 찍어버린 데 따른 일종의 감정적 거부반응으로 판단된다.



여기엔 과천시의 다급한 속사정도 있다. 주민들은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사업 지구로 지정되자 집값 하락을 걱정한 주민들이 화살을 과천시장에게 돌렸다.

과천시 일부 주민은 이번 축소방안마저 거부하며 여인국 과천시장의 주민소환 서명을 재개했다. 과천시가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과천시는 지난 22일 국토부로부터 축소방안에 대해 관련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당시에도 국토부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발표는 전체 보금자리주택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가뜩이나 정부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갈등을 빚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자체장이 먼저 나서고 정부가 뒤따라야 하는 모양새가 불편해서 생긴 결과인지, 아니면 이번마저 일방적 통보였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요한 건 이해관계를 조정해 갈등을 풀어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딴 소리를 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반목을 조장한 게 아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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