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쓰나미' 후폭풍 가늠 안된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1.08.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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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한나라 등 보수진영 타격 예상

"'오세훈 쓰나미'다. 후폭풍이 가늠되지 않는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권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24일 오후 4시 현재 투표율은 19.6%. 이 추세라면 투표함을 열수 있는 33.3% 투표율은 사실상 요원하다. 투표 전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주민투표 무산→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보궐 선거'를 두고서다. 그런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말 그대로 '초대형 변수'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여권의 총선과 대선 지형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오 시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투표함을 못 열면 물러나겠다고 했다. 눈물까지 뿌렸다. 관건은 시점이다. 9월 30일 이전 사퇴하면 보궐선거는 10월 26일 이뤄진다. 10월 이후 사퇴하면 내년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야당의 공격과 비아냥이 불 보듯 뻔하다. 그 수모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문제다. 투사가 된 오 시장이다. 당 안팎에선 "자존심이 일을 키웠다"는 말도 나온다. 곧바로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 10월 곧바로 보궐선거다. 주민투표 패배 후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토록 '사퇴만은 안 된다'고 달랬던 이유다.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에선 "오 시장이 자신의 이미지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사퇴해도 10월 이후 하라는 것. 내년 총선까지 시간을 벌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희망이다.

그렇다고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가운데 단 4곳서 승리했을 뿐이다. '천당 아래 분당'에서도 졌다. 보궐선거가 야당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청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내준다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내년 총선이 더 어려워진다. 대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 시장의 사퇴 발언에 정두언 의원이 "쿼바디스 한나라!"라며 극한 절망감을 드러내고, 일각에서 "서울시 의원들 다 죽는다"고 격하게 반응했던 이유다.



주민투표 무산 책임론을 두고 당내 내홍도 우려된다.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라 해도 홍준표 대표는 사실상 이번 투표에 총대를 멨다. "당이 주도하는 게 아닌 지원하는 투표에 불과하다"고 한 것도 불거질 책임론에 미리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주민투표 무산에 이어 보궐선거까지 패배하면 거센 퇴진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홍 대표의 사퇴는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4월 재보선 참패 후 이미 '박근혜 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면 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데 이재오 특임장관의 귀환이 임박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 묵은 친이(이명박)-친박(박근혜) 간 다툼도 예상된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 후 주목해야 할 것은 야권 통합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며 "책임론을 두고 친이와 친박의 치열한 싸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진인사 대천명. 이젠 남은 마지막 카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 밖에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주민투표 독려 말 한마디를 기대했다. 그런데 침묵했다.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끝까지 오 시장과 거리를 뒀다. 방관에 대한 당내 비난 여론이 예상된다. 보궐선거를 계기로 지원유세 등 박 전 대표가 대권 마운드에 조기등판 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번 주민투표에 지지의사를 밝혔던 탓이다. 반MB 정서가 강한만큼 당이 보궐선거부터 이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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