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유로본드는 커녕 금융거래세 부담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8.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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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뉴욕증시가 약세로 마감했다. 유럽재정 위기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독일과 프랑스 정상 회담이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독·불 정상은 시장이 바라던 `유로본드` 도입을 일축하고, 유로존의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카드를 갑작스레 꺼내, 오히려 시장에 부담만 안겨주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나흘 만에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다우 지수가 0.67%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1.24% 하락했다. 최근 사흘간 7.5% 상승했던 S&P 500 지수는 0.97% 하락했다.

유로본드 불발 소식으로 유로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반면, 시장 불안감이 점증된 영향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유로존 공동채권인 유로본드 발행이 시기상조이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도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대신 양국 정상은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유로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로존 경제위원회 창설에 합의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피터 잔코브스키 오크브룩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유럽이 현실성 있는 정책들을 제시할 때까지 잠재적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침에 나온 유럽 경제지표가 실망을 안겨준 상태에서, 재정위기 해소에 쓸모없는 프로그램이 나왔다"며 독·불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마크 브론조 시큐리티 글로벌 인베스터 매니저는 "시장은 (유럽의 부진한) GDP 데이터에 이어, 유로시장을 지지할 `드라마틱`한 선언을 볼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며 "금융거래세는 이미 약화된 유럽 경제에 오히려 타격을 줄 것이고, 이 때문에 시장이 가라 앉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유럽 경제지표는 크게 부진했다. 유럽 17개국으로 이뤄진 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0.8%보다 둔화된 0.2%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 0.3%를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2009년 리세션에서 벗어난 이후로 가장 저조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분기 성장률도 1.3%에 그쳤다. 유로존 2위 경제국 프랑스의 2분기 성장률 역시 시장의 예측치인 0.3%를 하회한 0.0%를 기록했다. 유로존 주요 경제국의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모습이다.

D.A. 데이비슨 앤 코의 프레드 딕킨슨 스트래티지스트는 "어제는 프랑스가, 오늘은 독일이 정체된 성장 지표를 내보였다"며 이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동시에 멈추고 있는 모습을 확대해 보여준 것"이라며 세계 경제 동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벤 할리버튼 트래디션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유럽이 하반기에 리세션 수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은행에도 파급효과를 미쳐 사람들이 자금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시중 자금난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더욱 부담을 주리라는 우려다.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부품 부족 현상이 해소되면서 7월 산업생산이 0.9% 증가했다. 그러나 7월 주택착공건수가 전월보다 감소세를 보이는 등 미국 주택경기는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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