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약가인하, 제약산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머니투데이 이의경 숙명여자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교수 2011.08.19 06:00
글자크기
[기고]약가인하, 제약산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약가의 대폭 인하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최근 들어 건강보험재정이 적자로 돌아섰고, 약품비는 매년 1조씩 약 10% 이상 증가하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방침으로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되고, 국민들은 약값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얻게 되었으나, 약가 인하의 당사자인 제약기업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약가 인하는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 신약개발이 위축될 경우 산업의 경쟁력이 저해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약가인하정책이 제약산업 발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이번 발표에서는 제약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방안도 함께 제안되고 있는데, 이는 그간의 보험재정절감 일변도의 정책에서 한 단계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R&D 투자와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으로, 내년 시행 예정인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함께 제약산업을 글로벌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 시장 비중이 높고 기술개발보다 판매·영업에 집중해 국제 경쟁력이 미흡하다. 그러나 이번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을 계기로 과거 모방 중심의 ‘기술 추격’에서 벗어나 ‘기술 선도’를 목표로 하는 ‘혁신 주도의 성장’ (Innovation-led Growth)을 통해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과 구조 선진화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그런데 신약개발은 그 특성상 장기간의 투자 노력과 긴 회수기간이 필요하며 낮은 성공률로 기업에 많은 위험 부담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번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이 단기적인 조치에 끝나지 않고, ‘제약산업의 글로벌 도약’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호주의 경우에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제약산업 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R&D를 촉진하기 위해 일찍이 1988년부터 20여년간 단계적으로 제약산업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왔다.


건강보험 약가 정책에서도 특허 만료 의약품에 대한 가격 인하라는 ‘채찍’ 이외에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라는 ‘당근 정책’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됐으면 한다. 연구개발과 신약만이 제약산업의 살 길이라면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허 있는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 가격 결정과정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확보, 보험 등재기간 단축 등 보다 피부와 와 닿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약가 인하는 제약산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이 경영을 효율화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약제비 절감 정책과 동시에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제약산업이 양자간의 전략적 협력으로 산업 발전을 꾀한다면 혁신 신약개발 역량을 구축하고 글로벌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제약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강 산업일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고성장 산업으로 IT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될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제약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한번 더 희망을 걸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