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또 다른 숙제 복지재단 "신설보다 사업확대"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안정준 기자, 오수현 기자 2011.08.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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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사회복지재단 운영 중… 기존 재단 역할 강화에 초점

범(凡) 현대가가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키로 함에 따라 새로운 기부 문화가 재계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터여서 재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두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총수들이 출연한 사회공헌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재단 설립보다는 기존 재단의 역할과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가 무엇인지, 지원이 필요하지만 소외된 곳은 없는지 추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꿈 장학재단’ 교육부로 이관=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2년 사재를 출연, 이건희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회장이 800억원,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700억원 등 총 1500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가 2150억원을 추가 출연하면서 4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건희 장학재단은 지난 2006년 교육부(현 교과부)로 이관됐고 명칭이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이 회장 일가에서 3500억원을 추가 출연해 재원 규모는 총 800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7월 다시 재단의 명칭은 ‘삼성꿈 장학재단’으로 변경됐다.

◇정몽구 회장, 해비치 재단 설립=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2007년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오고 있다. 정 회장은 2007년 600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300억원과 600억원을 출연했다.

해비치재단은 정 회장이 기부한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예술 사업을 후원하고 소외계층의 인재육성을 위해 교통사고 유자녀 및 저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교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비치재단은 올해 기초과학 전공 대학생과 예술전공 대학생, 연평도 포격 피해가정 자녀 등 총 5900여명에게 111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교통사고 피해가정 자녀와 소년·소녀 가장, 예술계 고등학생, 천안함 유자녀 등 4000여 명에게 40억원을 지원했다.

◇LG, 5개 전문화된 공익재단 운영=LG는 이미 40여 년 전인 1969년말 ‘LG연암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5개 전문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5개 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약 4600억원에 이른다.

LG복지재단은 연간 15억원을 지원해 매년 1개소의 보육시설을 건립,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또 LG연암문화재단은 대학원생 장학금 지원은 물론 과학기술 전문 디지털 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사저에 세워졌다.

◇SK, 선대 장학사업 이어가=SK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재단은 1974년 최 회장이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 등 선진국의 세계 최고 수준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회과학, 자연과학, 동양학, 정보통신 분야에서 490여 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했고 지금도 190여명의 해외 유학생이 지원을 받고 있다.

◇두산, 연강재단 통해 장학사업=두산그룹은 지난 1978년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연강재단을 설립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연강장학금'을 비롯해 '두산어린이가족 장학금' '두산체육꿈나무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중국의 발전상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사해외경제시찰'과 방과후 초등돌봄교실 보육료 지원 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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