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최대 약가인하를 단행하기로 한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에 의지해 리베이트로 연명하는 후진적인 제약산업 현실이 녹아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지나치게 높은 약가 때문에 영세기업들이 난립하고 기술투자보다는 판매경쟁에 치중하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약기업 중 '옥석'을 가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정책 추진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47.6%인 동아제약을 필두로 종근당 (60,700원 ▲400 +0.66%) 47.0%, LG생명과학 44.1%, 보령제약 (11,200원 ▲80 +0.72%) 34.5% 등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개발보다는 영업에 치중했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3%로 다국적 제약사 평균인 17%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통상 리베이트 등에 사용되는 국내 제약사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35.6%로 제조업체 평균의 3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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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는 후진적이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경영실적은 어느 분야보다 '건실'하다.
80개 제약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의약품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상장제약사의 매출액은 1999년 5조2000억원에서 2010년 14조4000억원으로 10년간 2.7배가 됐다. 매년 약 11%씩 성장한 결과다.
영업이익률은 2009년 기준 10.8%로 제조업 6.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50~60% 수준으로 제조업 평균 89.6%에 비해 낮다. 그만큼 안전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는 사이 건강보험 재정은 약제비 부담에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36조원 규모의 전체 건강보험 재정 중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조8000억원 수준으로 29.3%까지 치솟으며 재정위기를 앞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약가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고령화까지 맞물려 향후 2~3년 내에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모든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7% 일괄인하하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