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붉은 '투쟁복' 벗은 이유는?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1.08.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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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사측 최소한 답변…"다시 시작할 수 있다"

서울 무교동의 외환은행 지점. 건물 벽과 창문에 빼곡히 붙어있던 선전물이 없어졌다. 붉은 투쟁복을 입었던 직원들도 다시 하절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외환은행 (0원 %) 전 지점의 변화다. 지난 12월부터 8개월 간 겨울엔 파란색, 여름엔 빨간색 투쟁복을 입던 외환은행 노조는 다시 일상 근무복으로 돌아왔다. 투쟁의 색을 지운 외환은행은 어느 때보다 화사해 보였다.



지난 7월31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영업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투쟁이 시작된 이래 약해진 영업력을 끌어올리자는 것에 노조도 대승적 차원에서 투쟁복 벗기로 화답한 것이다.





◇ 노조 "투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7월25일부터 29일까지 레리 클레인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동안 대주주인 론스타의 이해관계만 보전해 준 경영진에 반기를 든 것이다.

노조 측은 외환은행의 장기발전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영진 측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고액 배당을 자제할 것 ▲신갈연수원 증축 ▲하반기 전포개설 확대 등을 약속하면서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풀게 됐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아직 투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주주의 변동사안과 론스타의 고배당 등 아직 당면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장기발전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답변을 했다고 판단해서 투쟁복을 벗게 됐다"며 "사측과 문제가 발생할 때는 언제든지 다시 투쟁복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투쟁복을 다시 입게 될 때는 지속적으로 입는 것보다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투쟁복을 벗게 된 것은 안팎으로 가중되는 영업력 훼손에 대한 외부의 우려감도 반영됐다. 김 위원은 "투쟁 중에도 외환은행의 전반적인 영업력은 변함없었다"면서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 하반기 영업력 강화에 올인

외환은행은 노조가 '투쟁복'을 벗은 것을 계기로 해 영업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 8일 하반기 영업강화 역량 집중을 위한 전국부점장 워크숍을 실시했다. 물론 부점장 워크숍은 은행의 비전이나 영업 목표, 중점사항 등에 대해 공유하기 위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영업력 강화를 위한 목표의식의 강화 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는 것이 외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런치 위드 마이 파트너'(Lunch with My Partner) 행사를 마련, 전영업점 직원들이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거래관계 강화에 나섰다.

또한 18일에는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을지로 본점 대강당에서 은행장 및 임직원 약 200여명이 참석하는 ‘KEB 재도약 선포식’을 가진다. 이는 장기간의 외부 투쟁으로 회손된 대고객 신뢰를 회복하자고 다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재도약 선포식 이후에는 3분기 SMM(시니어 매니지먼트 미팅)을 개최해 ▲영업력 강화 이행상황 점검 및 향후 추진계획 발표 ▲고객유치를 위한 대고객행사 ▲광고를 포함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의 시간을 갖는다. 이와 함께 전행단위 영업력 강화와 영업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영업계획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 고배당 줄어들까?

그러나 외환은행의 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의 고배당 성향부터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은 3월 말,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850원을 책정, 론스타 몫으로 3700억원을 유출했다. 또한 지난 7월1일에도 주당 151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 론스타 몫이 4968억원에 달했다.

레리 클레인 행장이 "국민 정서에 감안해 배당을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고배당을 승인한 것이 행장 본인이었기에 믿음이 가지 않고 의구심만 여전히 남게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레리 클레인 행장을 불러 고배당 제지를 권고한 것이 무색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배당이 은행의 성장성과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클레인 행장은 이에 "이사회에서 감독당국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69%라는 높은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노조는 최근 추진 중인 하이닉스 매각에 따른 이익금이 이번에도 론스타로 흘러 갈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 매각 대금 1조원이 고스란히 론스타 몫이 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노조 측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가 정상화된 것은 외환은행이 행원 상여금도 반납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따라서 매각대금은 배당이 아닌 은행기금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면지 사용, 영업점 수리를 미루는 등 각종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려왔지만 배당으로 수천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배당은 은행자본적정 기준(BIS)에 따라 배당한 것"이라며 "배당은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외환銀, 현대건설 지분 매각으로 2분기 최대 당기순이익

외환은행이 2분기 은행권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외환은행의 2011년 2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분기 순이익(1986억원) 대비 470.2% 증가한 1조1322억원(주당 1756원)을 기록한 것.

여기에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 컸다. 2분기 순이익에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익(세후) 8756억원이 포함되었으며, 본 매각익을 제외한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9.2% 증가한 2566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2분기에도 외환 시장점유율 45%, 수출 시장점유율 33%, 수입 시장점유율 30%를 각각 기록하며 외국환 및 무역금융 업무에서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유지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대주주 변동이 진행상황에 있는 가운데서도 의미있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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