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뾰족한 대책없는 당국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8.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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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의 '더블딥'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부채 위기가 유로존 경제 3,4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면서 정책 당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돼 있는데다 각국의 이해관계도 상이해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이 6% 선으로 급등하는 등 부채 위기가 이들 국가로 확대되는 조짐이 보이자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로안정기금(EFSF)의 모든 요소를 재평가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4400억유로인 EFSF 자금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구제만으로도 한계에 봉착하게 돼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돕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금 규모가 현재보다 2~3배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절차가 마무리되는데에는 최수 수주 이상 걸릴 전망인데다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합의 내용을 내놓은지 채 2주만에 다시 EFSF 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네덜란드도 이에 동조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재정 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카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ECB의 이번 계획은 통화정책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아 유럽 내부에서 사태 해결에 이견이 존재하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매입 계획에 대한 명확한 방침도 밝히지 않아 시장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국채 매입 기대감으로 한때 하락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다시 상승했다.

버렌버그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거 슈미딩은 "ECB는 좀더 설득력 있게 나설 기회를 놓쳤다"며 "현재 키는 ECB가 실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정상들 간의 접촉도 빈번해지고 정상들과 경제기구 수장과의 회동도 늘고 있지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페인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총리는 예정된 휴가일정을 급하게 미루며 각료와 의회지도자들을 연쇄 접촉하며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3일 의회에 출석, 연설을 통해 "이탈리아 정치제도, 은행시스템, 경제 기반이 모두 탄탄하다"며 "시장이 이탈리아 국가 위험을 잘못 평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지만 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선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4일 드리셰 총재와 의견을 나눈 뒤 5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차례로 전화회담을 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부채 위기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완화정책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또 재정난을 겪는 정부들의 경우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각국 정상들이 리더십을 통해 시장 신뢰를 우선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심대한 위기 상황에서 불안은 다시 불안을 낳는 형국만 지속되고 있다.

유럽의 투자은행인 삭소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틴 제이콥슨은 경제상황이 더 악화돼 글로벌 주가가 현재보다 10% 더 빠질 경우 G20 국가 정부들이 시장 보호를 위해 2009년 런던정상회담 때처럼 공동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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